▲ 이재훈/정경부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곳곳이 텅 비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휑한 경기장 관람석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난다.

비인기 종목이라 티켓 판매가 부진했나. 아니면 어떤 특정 세력이 일부러 장난을 치는 걸까. 수수께끼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처음 사태가 빚어진 곳은 북한과 중국 남자축구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다.

북한 선수단의 첫 공식 경기라 응원전을 펼치려던 인천AG 남북공동응원단은 입장권을 500석밖에 구입할 수 없었다. 그나마 표가 매진됐다는 사실에 위안 삼아 응원전에 나선 이들은 경기가 열린 뒤 텅텅 빈 관람석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판단이 섰다고 한다.

이후 같은 일은 북한과 홍콩 여자축구에서도 벌어졌고, 종목이 다른 유도 경기장에서도 되풀이됐다.

전후 사정에 대해 입장권을 관리하는 인천조직위에 물어보니 황당한 답변이 되돌아왔다. 입장권이 매진된 것은 맞고, 표를 산 관람객이 안 왔으니 좌석이 비었다는 것. 또다시 점검해 보니 전산 오류로 팔리지 않은 좌석이 있었다는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입해 경기를 보려던 관람객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이후에도 표는 다 팔렸지만 관람석이 텅텅 비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무엇이 잘못됐나.
엉뚱하게도 기업들이 단체로 사들인 이른바 ‘떠넘기기표’, ‘강매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회 성공을 위해 기업이 대량으로 표를 샀고, 이를 사회복지기관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제 경기를 보러 오는 관람객이 대폭 줄었다.

텅 빈 관람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기업이나 사회복지기관 등 표는 넘쳐나도 경기장을 직접 찾기 힘든 곳에서 경기장에 가고 싶은 이들에게 표를 기부하거나 경기 시작 후 대단위로 비어 있는 좌석이 있을 경우 입석표를 발행하는 방법이다.

부랴부랴 인천시와 조직위는 경기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입석표를 발권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간의 행보를 보아 조직위가 제대로 현장 발매를 하는지는 더 두고 지켜볼 일이다.

여유분의 표가 있는 곳이라면 남북평화재단 경인본부와 우리겨레하나되기 인천운동본부 등이 티켓 기부를 받는다 하니 기부해도 좋을 법하다. 티켓을 기부하면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된다.
텅 빈 관람석을 한번 제대로 채워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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