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10년
저자 우석훈. 새로운현재. 260쪽. 1만5천 원.
그동안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벌어진 경제구조의 문제와 모순, 그리고 대안 없는 현실에 맞서는 글쓰기에 천착했던 우석훈 작가가 이번에는 가계경제, 즉 가구를 이루고 경제활동의 심화 과정에 들어선 30대를 위한 생활경제 전략서를 출간했다.

새 책 「불황 10년」은 국가경제의 근간이 됨과 동시에 불황이라는 가장 잔혹한 시장에 내던져진 30대를 위한 생존전략을 담은 책으로, 우석훈이 지난 15년 동안 가장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전수했던 경제활동 노하우를 총망라했다.

‘집 살까요? 말까요?’, ‘산다면 어떤 집이 좋을까요?’, ‘창업해도 괜찮을까요?’, ‘점점 부담이 되는 교육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동산부터 개인 재무구조, 창업과 육아까지. 불황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실전 팁이 주된 내용이다.

저자가 직접 경제활동을 하면서 경험했던 모든 문제들, 이를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취한 대응법을 담았다. 거기에 ‘우석훈의 사람이 사는 경제’라는 SBS CNBC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생생한 경제 현장 이야기를 곁들여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책은 경제학자 우석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쓰는 경제실용서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앞서 지금까지 그의 책들은 정책을 통해 구현될 수 있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맞게 될 매우 특수한 경제 국면에서 불황 타계의 해법을 국가에게서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앞으로의 우리나라 경제를 일본과 비교해 점치곤 한다. 그러면서 당시 일본 정부의 대처 방식, 지방 공항과 놀이공원, 골프장 같은 사회 기초시설과 지역 건설사업에 정부가 투자하는 정책을 우리나라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진단처럼 일본의 장기 불황이 ‘소비하지 않는 일본 국민들’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일본 국민들이 마케팅과 국가가 시키는 대로 흥청망청 돈을 썼다면 일본 경제가 어떻게 됐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일본이 장기 불황을 맞고도 아직까지 망하지 않은 건, 일본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진단을 내린다.

이 책은 그렇게 쓰였다. 앞으로 닥칠 불황을 개개인이 잘 버텨 줄 때 한국 경제에도 희망이 있다고. 그리하여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국민 개개인이 경제위기에 대처했던 경제생활을 낱낱이 파헤쳐 ‘앞으로 10년, 불황 극복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모자 9개를 가진 사람과 모자 1개를 가진 사람의 만남’과 같은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모자 9개를 가진 사람이 결국 1개 가진 사람의 모자를 빼앗아서 10개를 채운다는. 우리 대부분은 모자 1개를 가진 사람들이다. 불황 10년을 맞아 우리가 치르게 될 게임의 기본은 자기 머리에 딱 1개 있는 모자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뱀파이어 심리학

   
 

저자 김현철. 북뱅 출판. 121쪽. 1만3천800원.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의 책. 인간 내면의 ‘뱀파이어’에 대해 설파한다. 여기서 ‘뱀파이어’란 먹고 싶으면 바로 먹어야 되고 싸고 싶으면 즉시 싸야 하는, 다시 말해 즉시 본능을 표출하는 자를 의미한다. 반대로 저자는 본능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자를 ‘휴먼’으로, 이도 저도 아닌 자들을 ‘반인반귀’를 뜻하는 용어인 ‘댐파이어’로 명명한다.

저자는 책에서 신화·민담·전설·영화·꿈·환상·현실 등을 종횡무진 오가며 ‘뱀파이어’와 ‘휴먼’ 그리고 ‘댐파이어’를 구분하고, 뱀파이어와 인간의 기이한 유사성을 설명한다.

버거운 감정을 잘 소화시키면 우리 마음에 유익하나, 현실은 불행히도 감정을 얼른 토해 버리는 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때로는 너무도 태연하게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만 마음 한편에 언제나 씻을 수 없는 부채의식을 지니고 있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보다

   
 

저자 김영하. 문학동네. 212쪽. 1만2천 원.

발표하는 작품들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김영하의 신작 산문집. 오랜 소설 쓰기와 지속적인 해외 체류를 통해 단련된 관찰력으로 이번 산문집에서 그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예리하고도 유머러스한 통찰을 보여 준다.

예술과 인간, 거시적·미시적 사회문제를 주제로 한 스물여섯 개의 글을 개성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묶은 이 책은 인간 내면과 사회구조 안팎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김영하의 문제적 시선과 지성적인 필치를 만날 수 있다.

예측 가능한 일상 생활부터 심화되는 자본주의 시대의 시간과 책의 미래까지 소설가의 눈에 포착된 한 시대의 풍경이 펼쳐지며 모든 것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시대, 많은 것을 보고 있다고 믿지만 실은 제대로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흘려보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김영하의 자유분방하면서도 깊은 사유를 통해 ‘본다’는 것은 곧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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