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균 정경부

 제17회 아시안게임도 여느 대회처럼 중국 1위, 그 뒤를 한국과 일본이 메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회 역시 메달 상위 10개국이 전체 메달 수의 80%를 차지하는 양상이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스포츠 양극화 현상은 그대로인 셈이다.

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은 역대 대회와는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로 스포츠 약소국들의 선전이다. 비전 프로그램에 참여한 국가들의 향상된 기량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 대회에는 총 21개국이 인천시가 지원한 비전 프로그램의 수혜국들이다. 성적으로만 보자면 보잘 것 없다. 이들 메달 성적은 현재까지 은메달이 유일하다. 전 경기 예선 탈락이라는 기록의 국가도 더러 있다. 이들에겐 메달리스트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는 나중 얘기다.

그러나 매 경기마다 스포츠 정신으로 무장, 당당한 모습과 최선을 다하는 열정은 세계 정상급 선수 못지않다. 자신을 뛰어넘는 한계의 도전을 바라보면 눈물겨울 정도다. 0.1초 기록 단축이 어려운 게 스포츠 현실이라면 18초를 단축한 몰디브 수영선수는 얼마나 많은 인고의 노력이 뒤따랐을까.

애제자들을 위해 피땀 흘리며 지도한 현지 파견코치의 애환도 비전 프로그램의 성공에 한몫하고 있다. 각국 NOC의 무관심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애제자들을 위해 사비를 털어 대회에 출전한 코치 얘기는 한 편의 영화다. 어느 글쟁이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은 소재일 정도다.

비전의 성과는 훗날 국제 스포츠 사회에서 인천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비전 사업이 성공한 사업이라고는 완결 짓기는 어렵다.

복지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각국 NOC의 타성은 꼭 없어져야 한다. 지원을 통해 이뤄 놓은 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의지가 꼭 필요하다. 1인당 일일 체재비 50달러가 아까워 핸드볼 대표팀 출전을 포기한 스리랑카를 보자면 이런 생각은 더 절실해진다.

결국 비전 사업은 이번 대회에서 완결이 아닌 진행형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페이지를 남겨 각국 NOC에서 아시아 스포츠 균형발전이라는 완결을 써 내려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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