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덕우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정부는 2017년부터 한국사 과목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국사가 고등학교 교과과정의 실제적 주 교과로 재등장한 것은 국가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물론 시행의 과정에서 불거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겠지만, 후학들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좀 더 많이 배움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과 비할 바가 아니다.

교과서의 진보나 보수로의 편향성 문제, 중요 사실의 누락 등은 국사의 대중화가 선행되면 한국사에 대한 절대적 관심과 참여자가 많아짐으로써 자연적으로 해소되는 사안일 수 있다.

 국사에 수록되는 내용도 단지 해석과 논지가 다르다는 것만으로 서로 이단시해서는 안 되며, 논리와 역사적 근거 그리고 전공자들이 참여한 민주적 절차를 밟아 간다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 삶에서 무엇이 객관적인 선인지를 밝힐 수 있으리라 본다.

오랜 기간 한국사 교과는 초·중등 과정에서 홀대를 받아왔다. 대학 입시가 부축인 측면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수험생 대다수는 국·영·수의 압박을 강하게 받아왔다.

 학교 당국과 담당교사 역시 한국사 교과가 대학 입시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기존의 국사교육이 갖고 있던 한계도 있었다.

암기할 내용이 양적으로 너무나 방대하고 지루한 측면도 있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한국사 전반을 지도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국사의 용어가 쉽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한국사는 대학의 교양과정에서도 교과 이수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선택과목’이나 이수하지 않아도 되는 교과과정으로 변해 버렸다. 더 나아가 실용주의라 칭하는 학문에 밀려 특화되지 못한 상태로 전락했다.

실정이 이러하다 보니 결국 우리의 젊은 세대는 자국의 역사에 대해 ‘자의 반 타의 반’ 공부할 시기를 놓쳐 버린 결과가 돼 버렸고, 국사에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젊은이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소설과 드라마, 영화를 통해 체험해야 하는 기현상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아가 형성되는 청년기의 학생들이 정상적인 국사 교육에 접근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돼 오랫동안 국사는 고루한 학문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면서도 역사를 배워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상에서 오는 이율배반과 우리의 역사가 타에 의해 왜곡돼서는 안 된다는 그저 상투적 주장 등은 오히려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역사를 바로 세운다던가, 과거사를 정리한다던지, 무슨 재단을 만들어 주변국의 왜곡에 대비한다던지 했지만 그때그때 구호로서의 역할은 다했는지 몰라도 그리 가슴에 와 닿지는 않았다.

유형은 달라도 역사가 시류의 한 방편으로 편승당하는 현실이 됐다. 역사에 대한 갈증은 ‘태정태세문단세’를 외치던 장년층의 정서와는 달리, 신세대에게는 그저 입시와 관련된 학과 정도로 치부돼 가고 있는 것이다.

국사는 암기와 기억력을 필요로 하지만 어느 학문인들 그것이 선행되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단지 암기해야 하는 과목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무조건’ 외워야 하는 식의 인식은 우리의 교과과정이 잘못 지도한 결과다.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국사는 취지가 변질될 소지가 농후하고, 변별력을 위해 난해한 시험문제의 출제가 빈번했다. 이제 필수과목의 국사 교과가 또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재탄생해서 전대의 우를 범한다면 오히려 더 큰 혼란만을 주게 될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제도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학 입시에 꼭 필요한 과목으로서가 아니라 국사의 대중화를 위한 전단계로서, 최소한의 기본 이해를 갖고자 하는 것이다.

 역사 속에 펼쳐지는 왕조들이 생산한 제도와 문물, 국정 위기 상황에 펼쳐지는 선인들의 정책, 시대를 이끌어 가는 인물들의 활동 등에서 눈앞의 이해 못지않게 더 중요한 지혜가 있음을 배우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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