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기에는 팬이 있게 마련이다. 프로 경기가 많은 요즘 대부분의 경기에 조직적인 응원이 동원된다. 그러나 응원은 어디까지나 선수의 사기를 높이는데 그쳐야지 그 이상 열을 올리다 보면 싸움판으로 변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명한 `축구전쟁'이다. 지난 69년 월드컵축구 예선전에서 남미의 숙적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가 맞붙어 경기가 격렬해지자 선수들끼리 감정이 격해지고 결국 운동장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것이 응원단석으로 비화돼 급기야는 두 나라의 전쟁으로 발전한 것이다. 결국 이 전쟁은 2천명의 사상자를 내고서야 끝났다. 이 같은 싸움은 축구의 라이벌인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시합에서도 자주 일어나며 미국과 소련의 농구경기도 그 격렬함이 마치 총칼없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지난 시절 우리의 남·북 스포츠도 불꽃 튀기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오죽했으면 그것을 `남북대결'이라고 표현했겠는가. 그래서 제3국에서 남북의 시합이 벌어질 때면 으레 그 나라의 매스컴들은 경기보다 양쪽의 보이지 않는 싸움을 취재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곤 했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와 남북대결의 양상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해 승부에 집착하기보다는 스포츠정신에 의한 페어플레이가 더욱 값지다는 것을 서로가 인식하게 됐다. 그라운드에서 상대방 선수가 몸에 부딪쳐 넘어지면 손을 잡아 일으켜주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경기에 이기는 것보다 더욱 마음을 흐뭇해 했다. 또 남과 북이 다른 나라와 경기를 할 때는 서로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피는 물보다 짙은 것을 느꼈다. 오는 9월29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14회 아시아대회에 북한선수들이 대거참여, 많은 경기에서 남북이 경기를 갖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승부에 집착하기보다는 남북한 선수들간 뜨거운 동포애로 화기애애한 시합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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