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회진 정경부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건 없다.

얼마 전 인천아시안게임을 맞아 인천을 찾은 필리핀인 그렉 제너(Greg Gener·25)씨의 홈스테이 호스트를 자처한 이은진(40·여)씨를 취재차 만났을 때의 일이다.

그녀는 인천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대회인 만큼 도울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인천시에서 모집하는 홈스테이 공고문을 보고 신청하게 됐다고 한다.

은진 씨 집에서 만난 그녀와 그렉의 모습은 가족과 같았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전날 그렉이 갔던 경기장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은진 씨는 한국말을 모르는 그렉이 당일 갈 경기장의 가장 빠른 곳을 알려 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귀찮을 법도 하지만 경기를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그렉을 위해 숙식을 제공해 주는 것은 물론, 같이 캠핑을 가고 공원도 산책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기본적인 전기료 등만 받는 홈스테이인데 과연 누가 시켜서였다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인터뷰 내내 함박웃음을 잃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은진 씨와 같이 도로 위에서 지도 한 장을 들고 길을 찾지 못해 쩔쩔 매는 외국인에게 먼저 다가가서 돕는 등 친절한 시민의 모습은 여러 차례 찾아볼 수 있다.

은진 씨는 처음 찾은 그렉에게 한국의 친절한 인상을 갖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느 유명한 홍보대사보다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반환점을 돌아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만큼 끝까지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이는 것이 부실 운영으로 얼룩진 인천아시안게임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