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을 찾은 45개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들에게 비춰진 인천은 두바이와 별다르지 않았다. 주로 송도국제도시에게 활동한 그들에게 인천은 그저 신축 고층 빌딩이 즐비한 신도시였다.

신용석(72)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의 고민은 여기부터 시작됐다.

각 나라 대표에게 인천 개항장을 설명하고 자유공원에 올라 인천 구석구석을 보여 줬다. 신포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남을 주선했고, 저녁이면 자신의 집에서 식사도 했다.

NOC 위원들의 생각이 바뀐 건 당연했다. 한국 근대사의 출발점에 인천이 있고, 이제는 아시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도시의 위상을 체감했다.

대회 기간 신용석 위원장의 자택에 초대된 NOC 위원은 30명에 달한다. <편집자 주> 

 


# 대회 유치에서 개막, 꿈이 이뤄지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신 위원장의 역할은 상상을 넘어선다. 대회 유치위원장 시절부터 시작된 아시안게임과의 인연이 어느덧 8년을 넘었다.

“대회 유치 때부터 꿈이 있었죠. 아시안게임을 통해 고향 인천이 더 이상 서울 변두리가 아닌 아시아의 허브로 자리잡는 꿈이죠.”

어느 노랫말처럼 60대 중반의 유치위원장은 꿈을 좇았고, 꿈은 이뤄졌다.

체육 인프라가 구축되며 절름발이 도시 기능을 바로잡는 틀이 마련됐고, 아시아 스포츠 약소국에 희망을 전하는 기반도 조성됐다. 북한과 접경지역으로 어느 곳보다 남북관계에 민감한 인천이 앞장서 남북 평화협력의 물꼬를 트는 데도 일조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통해 45억 아시아는 인천을 기억하게 됐다.

   
 
신 위원장은 “중국 CCTV가 24시간 대회를 생중계했다. 10억 중국이 인천을 알게 됐다”며 “이는 중국과 교역의 중심에 있는 인천에 향후 엄청난 도움으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스포츠로 풀어내겠다는 꿈도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그는 “대회를 준비하며 인천시는 물론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도 북한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며 “한때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며 북한 출전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도 놓였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 참여가 성사됐다”고 했다.

북한의 대회 참가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수년간 계속된 남북관계 침체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특히 대회 폐막일인 지난 4일 북한 고위급 핵심 인물 3명의 인천 방문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남북 화해와 협력의 불씨가 됐음을 증명한다.

신 위원장은 “남북의 하나된 모습을 보며 각 국가선수단 대표들이 무척 좋아했다. 아시안게임이 추구하는 이념인 ‘아시아의 평화와 배려’와 딱 맞았다”고 강조했다.

# 소통의 부재, 아쉬움으로 남는다

안상수 전 시장의 대회 유치, 송영길 전 시장의 대회 준비, 이어 유정복 시장의 대회 개막과 폐막. 인천아시안게임 역사의 현실이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이 같은 내용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초래했고, 유치의 기쁨이 식기도 전에 대회 포기와 반납 여론이 들끓는 등 위기를 맞게 했다. 어찌보면 처음부터 문제 투성의 대회였다.

“첫 단추가 잘못됐죠. 대회 조직위를 중앙정부(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 귀속시킨 것부터 문제였습니다.”

세 명의 시장이 바뀌는 동안 조직위는 인천과의 협력에 담을 쌓았고, 소통 부재로 인한 문제점은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조직위 핵심 간부를 중앙정부가 장악하다 보니 대회에서 차지하는 인천의 자리는 갈수록 좁아졌다. 조직위 파견 공무원과 일반 직원 간 갈등이 생겼고, 결국 대회는 책임자 없이 서로의 목소리만 높이는 꼴이 됐다.

신 위원장은 “모든 국제대회 성공은 시민의 참여가 바탕이 된다. 하지만 인천 대회는 처음부터 민심을 잃었다. 인천에 애정이 부족한 중앙정부 파견 인사가 대회를 책임진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관성 없는 대회 인프라 조성도 꼬집었다.

그는 “서구 주경기장 신설은 누가 봐도 실패작이다. 같은 예산을 문학경기장에 활용했더라면 친환경, 첨단 정보통신(IT)이 결합된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고 했다.

# 인천아시안게임,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월 4일 오후 9시 15분. 성화의 불이 꺼지며 사실상 아시안게임 모든 공식 프로그램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16일간의 기록은 영원히 남아 인천의 역사가 됐다.

   
 
특히 대회를 앞두고 신설한 각종 경기시설은 인천이 가꾸고 향유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 됐다.

신 위원장은 “아시안게임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경기시설의 운영부터 대외적으로 높아진 인천 이미지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시민의 힘으로 조성된 경기시설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높은 수준의 체육시설은 인천의 자랑입니다. 시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질 인천만의 행복 인프라인 셈이죠.”

세계경기연맹은 인천의 체육시설을 극찬했다. 17개의 세계신기록과 34개의 아시아신기록을 경신하며 2010 광저우 대회가 수립한 세계신기록 3개, 아시아신기록 15개를 크게 앞선 배경에는 인천의 수준 높은 경기장 시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신 위원장은 “이제 인천은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스포츠 인프라를 갖게 됐다. 시민 의견 수렴을 통해 보다 시민을 위한 활용 방안을 찾아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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