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비장애인)-장혜정 휠체어댄스스포츠 스탠더드 커플
4년 호흡 맞추며 국내외 대회 평정… 장혜정 “춤출 땐 자유인이죠”

 “배꼽 아래부터는 감각이 없지만 다른 부위는 움직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동안 고생하면서 훈련한 보상을 이번 인천 대회에서 꼭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 휠체어댄스스포츠계의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커플로 불리는 이재우(20·용인대 스포츠레저학과)-장혜정(37·대구장애인체육회)커플. 4년 전부터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 둘은 국내외 대회를 잇달아 석권하며 최고의 커플로 급부상했다.

   
 
특히 장혜정은 중증장애인이라는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장애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이번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이들이 펼칠 경기는 스탠더드 부문으로 왈츠·탱고·비엔나왈츠·폭스트롯·퀵스텝 등 다섯 가지다. 이재우는 현대무용을 전공한 어머니의 권유로 초교 2년 때 처음 댄스스포츠를 접했다.

초교 5년 때 전국대회 출전을 시작으로 고교 재학 시절 전국체전 댄스스포츠 부문에서 은메달을 수상하는 등 댄스스포츠계의 꿈나무로 주목받았다. 4년 전부터 휠체어댄스스포츠로 무대를 옮겨 장애인스포츠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장혜정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대구지부에서 상담일을 하는 워킹맘이다. 네 살 때 배꼽 아래 감각을 모두 잃은 그는 2001년 처음 댄스스포츠를 접한 뒤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선수활동을 시작했다.

“춤을 추는 동안엔 내 자신이 장애인인 것을 잊어버린다”는 장혜정은 “처음엔 몸이 부자연스러워 장애를 더욱 인식하게 돼 고통스러운 순간도 경험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작은 몸짓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에 매료됐다”며 댄스스포츠의 매력을 열거했다. 이어 그는 “배꼽 아래 감각이 없지만 이 외의 근육들은 운동을 통해 단련되고, 못하던 움직임도 조금씩 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며 “요즘 들어 진짜 춤을 추는 느낌이 들기 시작해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 선수의 기량이 뛰어나지만 유럽 선수들에 비하면 뒤처지는 게 실상”이라며 “더 노력해서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정호원-김한수 보치아 BC3 부문 개인전·2인조 출전
경쟁자이며 동반자인 세계 톱랭커… “도움 준 분들에 메달로 보답”

“올림픽 7연패의 힘!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눈여겨봐 주세요.”

보치아 세계랭킹 1·2위를 달리고 있는 정호원(28·속초시장애인체육회)과 김한수(22·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가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들은 BC3(최중증 장애등급) 2인조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한편,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 관계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선 김한수가 금메달, 정호원이 은메달을 땄을 정도로 서로 대등한 실력을 갖췄다.

지난 6년 동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호원은 생후 100일 무렵 침대에서 떨어져 뇌성마비 장애를 입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깊은 정호원은 자신보다 실력이 뒤처진다고 무시하지 않고, 이기기 위해 편법을 쓰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

정호원의 보조자인 권철현(41)코치는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플레이가 장점”이라며 “몸을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조준할 수 있는 각이 넓으며, 침착하고 노련하다”고 평가했다.

특수학교인 주몽학교에서 보치아를 접한 김한수는 태어날 때 난산(難産)으로 뇌에 충분히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6살 때까지 앉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운동에 재능을 보이진 않았지만 그의 보조자이자 어머니인 윤추자(54)코치는 아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운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BC3는 선수가 보조자에게 지시를 하며 경기를 풀어가야 하지만 김한수의 경우 언어장애가 있어 대화도 불가능하다. 윤 코치는 아들의 무릎 위에 숫자판을 놓고 서로만의 언어를 만들 정도로 보치아를 향한 열정이 대단했다. 모자의 끈질긴 노력과 성실함으로 김한수는 중학교 2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1위를 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고, 결국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교 2학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각종 국제대회에 나서고 있는 김한수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간다.

김한수는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배들을 보며 지금까지 꿈을 키워 왔다”며 “호원이 형과 호흡을 잘 맞춰 아시아 최고, 세계 최고에 오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호원 역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께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번에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꼭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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