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0년간 지속된 ‘5·31 교육체제(7차 교육과정)’를 대체할 혁신교육체제를 선보일 것이라고 7일 밝혔다.

이 교육감은 이날 도교육청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5·31 교육체제는 지난 1995년 이후 20년간 한국 교육을 경쟁교육, 수월성교육으로 황폐화시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5·31 교육체제는 김영삼 정부가 1995년 5월 31일 발표한 교육개혁 방안에 따라 1998년부터 시행된 7차 교육과정이다.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7일 오전 경기도교육청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교육계를 20년간 지배해 온 5·31교육체제는 실패했다”며 “공공성을 살리는 4·16체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이 교육감은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면서 교육계에도 수월성을 강조하는 원칙 아래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됐다”며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한국의 정치와 사회, 경제, 교육 등을 지배해온 경쟁과 승자의 잘못된 가치관에서 발생한 비극이며, 이는 곧 5·31 체제의 문제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5·31 체제의 대안으로 공공성 중심의 교육을 추구하는 ‘4·16 교육체제’를 제시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학생에게 서열·경쟁·줄세우기를 조장한 국가 주도의 한국교육은 바뀌어야 한다”며 “새로운 혁신교육체제인 4·16 체제 마련으로, 학생 개개인의 재능과 적성을 개발하고 진로를 선택하는 자기주도형 자기개발 교육이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이 제시한 4·16 체제의 핵심은 ▶경쟁에서 협력으로 ▶소수의 수월성 교육에서 모두의 협동교육으로 ▶획일적 교육에서 다양한 교육으로 ▶역동적인 교육으로의 전환 등이다.

앞으로 경기도교육연구원과 교사, 학부모 등과의 협력을 통해 혁신교육체제 방향과 모습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이 같은 혁신교육체제가 완성되면 학생들의 주당 수업시간을 고교 기준 현재 33시간에서 25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도록 교육과정 변화도 이끌어 낼 것이라는 장기 계획도 제시했다.

이 교육감은 “수업시간 감축은 교육감의 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바꾸긴 어렵다”며 “전국 시·도교육감은 물론, 교육부와도 지속적으로 협의를 벌여 공감대를 도출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교육재정 악화로 내년도 예산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의 결의 내용을 재차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법적으로 교육청은 교육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지, 보육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년에 도교육청으로 들어올 교부금은 줄어드는 반면, 내년에 부담해야 할 누리과정 예산은 1조500억 원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내년도 예산에 유치원 교육비(4천600억여 원)만 편성하고, 어린이집 보육비 5천600억여 원가량은 편성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일부터 시행 중인 ‘9시 등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학교 생활의 정상화를 위해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경기도에서 시작된 9시 등교가 전국으로 확산돼 모든 학생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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