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저자 강신주. 21세기북스. 276쪽. 1만5천 원.

“인문학도 그렇고 철학도 그렇고 모든 예술이라는 것은 그 생경한 느낌의 세계와 위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중략) 공연을 보러 가고, 영화를 보러 가고, 미술관·박물관 등에 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설렘을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 같은 느낌, 그 위험에 빠지기 위해서지요. 모든 예술, 모든 인문학의 존재 이유는 바로 그런 것입니다.(21쪽, 강신주 ‘자본주의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을 권리’ 중)”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현대인들이 잊고 살지만 실상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개인의 삶이 점점 황폐해지고 사회 가치가 희미해지는 요즘, 이러한 근원적인 물음은 우리 삶에 더욱 중요해졌다. ‘인간’을 탐구하고 ‘인생’을 공부하는 학문인 인문학 열풍이 거세진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새 책 「나는 누구인가」는 슬라보예 지젝, 강신주, 고미숙, 김상근, 최진석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7인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인문학적 통찰을 담았다.

지난해 9월 플라톤 아카데미가 주최한 인문학 강연 ‘나는 누구인가 Who am I?’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당시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2만 명 이상 청중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먼저 1부 ‘나는 누구인가-인간의 본질에 답하다’에서 철학박사 강신주는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개인의 고귀한 인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알려 주고,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스마트’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써 ‘덜어내는 삶’을 통한 순환과 생명의 가치를 일깨운다.

 여기에 김상근 교수는 인간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의 기원을 찾아나서며 우리 삶에 적용 가능한 인문학적 메시지를, 이태수 교수는 ‘아름다운 것은 어렵다’는 플라톤의 정의를 시작으로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인간의 본질을 풀어낸다.

또 2부 ‘어떻게 살 것인가-삶의 태도가 곧 당신이다’에서 슬라보예 지젝 교수는 사회가 성장한 만큼 인간은 소외된다는 문제의식을 통해 한국사회를 분석하며, 개인의 사소한 변화가 우리 사회에 올바른 혁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역설한다. 최진석 교수는 외부의 시선이나 기준이 아닌, 내 욕망의 주체이자 기준의 생산자가 돼야 함을 제안, ‘나 자신’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알려 준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7명의 학자들은 이처럼 책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밝히고 있다. 또 우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는 개인의 태도를 살펴봄으로써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단단한 정체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