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반던지기 노장 배유동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죠. 노장의 힘! 한 번 보실래요?”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육상 원반던지기에 나서는 배유동(51·울산시장애인체육회·시각장애)의 나이는 지천명(知天命)을 넘겼다.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인 그는 34세 전기기사로 일할 때 갑자기 눈이 침침해지더니 실수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눈이 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으로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각장애 4급 진단을 받았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재즈가수 겸 대회 홍보대사인 이동우 씨가 앓고 있는 병으로, 시야가 점차 좁아지다가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된다.

7년 전 우연히 시각장애인 후배의 권유로 육상을 접하게 된 배유동은 “사회에선 실수만 하던 내가 할 수 있는 종목이 꽤 있더라”며 “창던지기, 포환던지기, 원반던지기 등 감각과 소리에만 의지해 힘껏 던진다는 것이 짜릿해 운동을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투척종목이다 보니 던지면 주우러 가야 하는데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훈련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아내가 일을 안 하는 주말·밤·새벽에 주로 운동을 했다.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고 했다.

운동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준 것은 물론 가족에게도 떳떳한 가장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느 날 아이들이 그러더군요. 아빠가 정말 자랑스럽다고요. 그때는 정말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그에게 스포츠는 재활을 넘어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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