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를 읽다.
저자 노마 히데키. 위즈덤하우스. 752쪽. 2만8천 원.
올해 2월 일본의 쿠온 출판사에서 「한국·조선의 지(知)를 읽다」라는 책이 출간됐다. 한국의 지식인 46명, 일본의 지식인 94명이 ‘한국의 지(知)란 무엇일까?’라는 뜻밖의 질문에 남긴 진지하고도 열정적인 답변을 정리한 책이다.

새 책 「한국의 지를 읽다」는 「한국·조선의 지를 읽다」의 한국어판. 세계문자사에서 ‘한글’의 혁명성을 말하는 책 「한글의 탄생」으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글학회 주관 제6회 주시경상을 받은 노마 히데키의 작품이다.

이 책의 편자 노마 히데키는 지난해 3월 한일 양국의 지식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한국의 지를 알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한국의 ‘지’와 만나게 해 준 책을 1권에서 5권 정도 추천하고 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적어 주세요”라고.

그러자 양국의 지식인들은 모두 400여 권의 책을 추천했다.

이 중 사상가이자 문예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은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번역해 일본에 러시아 문학 붐을 일으킨 가메야마 이쿠오는 김지하의 「불귀」를, 「화산도」라는 방대한 작품으로 제주 4·3사건을 고발한 재일한국인 작가 김석범은 문경수의 「한국현대사」를 한국의 지로 꼽았다.

또 한국에서는 「창작과 비평」의 창간인이자 한국 재야 원로의 좌장 격인 백낙청이 김석철의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을,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건축가 승효상은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이제는 한국 문학의 얼굴이 된 신경숙은 최인훈의 「광장」을, 한국 영화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영화감독 이명세는 고은의 「이중섭 평전」을 손에 꼽았다.

특히 한국어권과 일본어권 필자가 공동으로 추천한 책으로는 최인훈의 「광장」,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박경리의 「토지」, 노마 히데키의 「한글의 탄생―<문자>라는 기적」 등이 있다. 양국의 지식인들은 학문적 가치와 작품성은 물론이고 대중성까지 확보한 이와 같은 책들을 한국의 ‘지’로 꼽아 이목을 끈다.

저자는 “이 책에서는 주로 근현대에 이뤄진 ‘한국의 지’에 대한 이해를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이 앞으로 한국어권과 일본어권의 오랜 지적 교류를 연구하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생산하는 작업에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올 초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조선의 지를 읽다」는 출간과 동시에 일본 지식사회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이달 1일 일본의 ‘제12회 파피루스상 수상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저자 파트릭 모디아노. 문학동네. 277쪽. 1만 원.
2014 노벨문학상 수상자 파트릭 모디아노의 대표작. 저자 특유의 신비하고 몽상적 언어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기억의 어두운 거리를 헤매는 퇴역 탐정 ‘기 롤랑’의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행을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기 롤랑이 자신의 바스러진 과거를 추적해 가는 모험을 따라가면서,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 주제의식을 명징하게 보여 준다.

무엇보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친 프랑스의 비극적 현대사를 그대로 옮겨 놓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인간의 진정한 정체성을 근본에서부터 붕괴시켜 나가는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만나게 된다.

또한 저자는 헛되게 바스러져 망각돼 가는 과거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확실하고 찬란한 현재를 사랑하는 것에 천착해 보도록 이끌고 있다.

청춘만담(스마일 화가와 시크한 고양이의)

   
 

저자 이목을. 맥스미디어. 316쪽. 1만4천800원.

사회초년생 스물여섯 살 아가씨와 산전수전 다 겪고 대한민국 화가로 우뚝 선 ‘이목을’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풀어가는 인생 이야기.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뛰어난 화가였던 이목을은 시력을 잃는 시련을 겪고 ‘스마일 화가’로 다시 태어난 작가다.

 26살 사회초년생 아가씨가 멘토 화가 이목을에게 청춘의 고민을 대변해 편지를 보냈고, 멘토 이목을은 고민에 대해 진중하면서도 유쾌하게 답했다. 이 책은 이들의 대화를 담아 엮은 편지에세이다.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오가는 20대의 평범한 회사원과 50대 화가의 대화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이야기부터 예술, 철학까지 다양한 세계를 넘나든다.

‘귀신에게 엉덩이를 찔려 본 적 있나요?’ ‘화가의 밤은 어떤가요?’라는 황당하고 엉뚱한 질문부터 ‘인생에서 길을 잃어 본 적 있나요?’ ‘청춘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 걸까요?’까지, 시대를 대변하는 청춘의 고민들에 진중하지만 유쾌한 답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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