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인천시 연수구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R2-10m 공기소총 입사-SH1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강명순이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최민규 기자

적막 속에 호흡을 가다듬은 강명순(47)이 휠체어 위에서 가장 늦게 총을 올렸다.

총 20발을 쏘는 사격에서 14번째 순서. 선두인 중국의 얀 야핑과는 불과 0.9점 차이다.

대부분 10점대를 쏘던 얀 야핑이 9.8점을 맞췄다. 강명순에 찾아온 기회다.

‘탕’ 소리와 함께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10.7점. 관중들의 환호가 이어지고 드디어 끈질긴 추격 끝에 143.1점으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강명순의 침착함이 부담이었을까? 기세가 꺾인 얀 야핑이 이어진 15발째에서 9.8점을 쏘자 강명순은 보란 듯이 10.7점을 기록하며 첫 역전을 기록했다. 예선전에서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운 강명순의 저력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강명순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6발째, 한국 이윤리가 4위를 기록하며 물러나는 순간 강명순은 9.7점을 쐈다. 반면 얀 야핑은 과녁 정가운데를 맞히며 10.9점으로 선두를 빼앗아 갔다.

손에 땀을 쥐는 순간. 다시 호흡을 가다듬은 강명순은 17발째 10.7점을 맞히며 9.8점을 기록한 얀 야핑에 총점 0.1점 차로 역전의 역전을 기록했다.

이제 남은 건 단 세 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지은 그는 눈을 감고 다시 숨을 고른다. 총성이 울리고 점수판에 찍힌 결과는 9.8점대 10.8점. 눈앞까지 다가왔던 금메달이 멀어진다. 관중들은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는 두 선수의 치열함을 식히려는지 마지막 두 발에서는 가벼운 박수를 보냈다. 기존 적막만이 감돌던 경기장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뜨거운 경기를 펼쳤던 강명순은 총점 204.9점을 기록하며 R2공기소총 입사 결선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명순은 “예선전에서 좋은 결과가 있어 본선에서는 3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기도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특히 아이들이 가장 보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금메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이윤리는 4위를 기록하며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중국의 얀 야핑이 205.8점으로 금메달을, 동메달 역시 중국의 장취핑이 가져갔다.
<특별취재반>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