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연수구 송도글로벌캠퍼스 체육관에서 21일 열린 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식 TT6 준결승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박홍규와 북한 전주현이 경기를 하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우리는 한민족입니다. 다같이 응원합시다.”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탁구경기가 열린 21일 송도글로벌대학 체육관에서 우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스포츠 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모습인 남과 북이 하나임을 알 수 있는 축제가 열린 것이다.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개막 후 첫 남북 대결이 바로 탁구경기장에서 이뤄졌다.

이날 낮 12시 15분께 3번 테이블에서 한국의 박홍규(대전시청)와 북한 전주현이 남자 개인전 TT6(절단 및 기타장애/척수장애, 스탠딩)등급 준결승에서 만나 남북 대결을 펼쳤다.

두 선수가 경기를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자 한국 관중들은 열띤 박수와 함께 환영했고, 10여 명의 선수들로 구성된 북한 응원단도 작은 인공기를 들고 선수들을 맞았다. 어떻게 보면 들뜬 모습과 진지한 모습 등으로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면서 펼쳐진 응원은 비록 지금은 남과 북으로 나뉘었지만 언젠가는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경기에 나선 두 선수는 테이블에서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할 정도로 장애가 심했지만, 경기에 임하는 눈빛과 몸에서 배어 나오는 땀방울로 탁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5전3승제로 열린 이날 경기에서 승패는 분위기 선점과 승부처에서 누가 게임을 가져가느냐로 갈렸다.

분위기를 잡을 수 있는 1세트에서 두 선수의 승부는 4-4에서 갈렸다. 4-4 동점에서 박홍규가 내리 7점을 잡으며 10-4로 벌렸고, 결국 박홍규가 11-4로 1세트를 먼저 가져갔다.

박홍규는 2세트에서 잠시 흔들리면서 전주현에게 6-11로 내줘 승부는 세트스코어 1-1 원점이 됐다.

승부처인 3세트에서는 박홍규가 한 수 위였다. 초반 5점을 얻은 기세를 그대로 밀어붙여 결국 3세트를 11-4로 잡고 세트스코어 2-1로 앞섰다.

기선을 잡은 박홍규는 마지막 4세트에서도 11-4로 전주현을 제압하고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시합을 마친 후 박홍규는 “아무래도 북한 선수라 의식이 됐다. 그러나 경기는 경기일 뿐 승부를 가려야 하기에 열심히 했다”고 소감을 전한 뒤, “전주현과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선수는 어릴 때 탁구를 시작해 기본기를 닦은 후 사고로 장애가 된 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 재활을 열심히 한다면 더욱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전주현을 평가했다.

경기를 마친 박홍규는 전주현에게 다가가 휠체어를 밀어주는 등의 우정을 보여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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