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을 응원하러 온 영화배우 류더화(劉德華)가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모두가 최고다”라는 감동 멘트를 날렸다고 한다. 나 역시 기자로서 여러 경기장을 뛰어다니며 똑같은 생각을 했다.

19일 사이클 종목을 취재할 때의 일이다.
한국의 김종규·진용식이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쾌거를 취재했다. 사연들을 들어보면 짠하다.
하지만 신문 지면에 실릴 수 없는 꼴찌 성적의 선수나 경기장이 아닌 응원석에서 느낀 감동이 더 많았다.

그날 두 발목이 없는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 몇 바퀴를 돌자마자 헉헉 대는 소리가 기자석까지 들릴 정도였다. 안간힘을 쏟아가며 간신히 경기를 끝냈다. 헬멧을 벗은 그 선수의 얼굴에서 성적을 자책하기보다 ‘내가 해냈다’라는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경기장 옆 관람석에서 응원에 나선 국가대표 선수도 눈에 띄었다. 김용기 씨는 시합 출전을 3일 앞두고도 하루 종일 땡볕에서 큰 목소리로 응원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어렵게 구한 직장도 3개월 전에 그만둘 정도로 열의가 대단한 스포츠맨이다. ‘시합을 앞두고 몸을 푸는 등 페이스 조절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이어 ‘아, 성적에 관계없는 선수인가 보다’라는 짐작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하지만 그의 수상 경력은 화려했다.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남자 H2 40.8㎞ 동메달에 이어 2013년 인도 아시아장애인사이클선수권대회 남자 H2 56㎞ 금메달을 따낸 최상급 핸드사이클 선수다.

“친구 응원도 좋지만 훈련해야 되는 거 아니예요?”라는 나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오늘 몰려 있는 트랙사이클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해야지요. 보세요. 관중석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쓸쓸하잖아요.”
‘저 외국인 선수나 김용기 씨의 상황에서 나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인천 삼산체육관 휠체어농구를 학교 전체가 응원하러 간다는 딸의 말을 아침밥상에서 들었다. 딸과 그 친구들도 그곳에서 장애인들의 뜨거운 땀과 열정을 보고 뭔가 생각해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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