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22일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수영 남자 100m 평영 결선에 출전한 북한 김철웅(36)은 시합이 끝난 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말했다.

수영선수로는 은퇴 시기를 넘긴 서른여섯 나이에 출전한 장애인아시안게임이지만 그에게는 그만큼 메달이 간절했다. 시합에 출전하기 전 북에 있는 아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철웅은 자신의 아들이 북한 금성학원 ‘콤퓨터 수재양성반’에 재학 중인 수재라고 했다.
금성학원은 북한 ‘퍼스트레이디’ 리설주가 졸업한 북한 최대 예체능 교육기관이다. 최근 과학기술 영재를 육성하기 위해 컴퓨터와 과학기술 교육을 전담하는 ‘콤퓨터 수재양성반’이 신설됐다.

김철웅은 “평양에서 아들과 약속을 했다”며 “이를 지키지 못해 못내 아쉽다”고 했다.

그가 말한 약속이란 아들은 수학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아버지인 자신은 반드시 메달을 목에 건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은 작은 약속일 수 있지만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하는 부성애를 느낄수 있다.

김철웅은 “기적 같은 힘을 발휘해 값진 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면목이 없다”고도 했다.

경기 결과에 대해선 “예선에서 몸 상태가 좋았는데, 결선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다음 대회 때는 오늘 부진한 부분을 보완해 좋은 성적으로 만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북한 측 코치진이 김철웅에게 다가와 “실격처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이 말에 김철웅은 잠시 고개를 떨구더니 이내 호탕하게 웃으며 오히려 코치진을 위로했다.

그는 “제 잘못으로 실격처리가 됐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오늘 경험을 깊이 새겨 더 값진 결과를 인민께 바치기 위해 더욱 사력을 다해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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