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연수구 선학경기장에서 22일 열린 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럭비 한국과 일본의결승전에서 박우철이 패스를 하고 있다./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시작한 지 30초도 안 돼 점수를 내줬다.
득점할 땐 쏜살같이 움직여 우리 진영까지 넘어오고, 육중한 덩치로 휠체어가 가는 길목마다 진을 치며 철벽방어를 펼친다. 좀처럼 중앙선을 넘기 힘들다.

한국에게도 기회가 왔다. 득점제조기 이명호(33)가 일본 선수 2명을 요리조리 피하더니 골문 앞 대각선에서 기회를 엿보던 박성민(32)에게 패스했다.

모처럼 만에 보여 주는 속공 플레이에 웅성웅성하던 관중석이 순간 조용해졌다. 패스를 받아 멋지게 골대만 통과하면 금세 환호성이 터질 찰나다.

공을 넘겨받은 박성민이 방향을 틀어 일본 골문을 향하려던 순간 ‘쿵’하며 굉음이 터진다. ‘보디체킹’이다.

방금 전 우리 골문 앞에서 골을 기록한 등번호 7번 일본 이케자키 다이스케가 어느새 자기 진영 골대 앞에서 박성민을 막아세웠다.

박성민이 하늘 위로 붕 날더니 휠체어가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 팬들의 환호성이 긴 탄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한국도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일본 선수가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 날쌘돌이 막내 박우철(15)이 상대 골문까지 단숨에 내달리더니 이를 본 주전 이명호가 재빠르게 장거리 패스를 건넸다. 속공으로 첫 득점을 올리는 순간이다.

기쁨도 잠시, 동점을 만든 지 30초 만에 또다시 점수를 허용했다.

그렇게 1피리어드를 8-15로 일본이 가져가더니 4피리어드까지 일본은 우리에게 단 한 번의 역전도 허락하지 않았다.

예선 토너먼트에서 두 번 만나 모두 패한 우리 선수들은 결승에서 기적을 보여 주려던 다짐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한국 휠체어럭비 대표팀이 22일 선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일본에 40-60으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과 일본·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총 4개국이 출전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게는 2번 모두 이겼지만 일본에게는 모두 졌다.
이날 결승은 1피리어드부터 판가름이 났다. 전통의 강호인 일본은 조직력으로 시종일관 한국을 몰아붙였고, 한국 역시 투혼을 발휘했지만 결국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만 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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