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간의 우정이 친구의 나라를 사랑하기까지에 이렀다.

한국 팬을 자처하는 중국인 원해소(27)씨가 지난 아시안게임에 이어 장애인아시안게임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친구인 이동준(28)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들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산둥(山東)성 제7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중국어를 잘 몰라 좌충우돌하던 이동주 씨를 원해소 씨가 먼저 챙겼다. 그런 인연으로 11년 동안 돈독한 우정을 쌓아 온 사이다.

졸업이 가까워질 무렵 서로 약속했다. 각자 친구의 나라에 가서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자는 것이 첫 번째 약속이었다.

원해소 씨는 “제 친구는 베이징대학교 법학과에 들어갔으니 약속을 지켰죠”라며 “저는 충남 모 대학교로 어렵게 입학, 약속을 어긴 셈이 됐다”고 껄껄 웃었다.

자원봉사는 이동준 씨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친구의 나라를 위해 봉사해 보자”며 두 번째 약속을 했고, 이동준 씨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자원봉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해소 씨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절치부심 노력 끝에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석사과정에 보란듯이 붙었다. 이제 졸업을 앞둬 여유가 있는 만큼 두 번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 장애인아시안게임 자원봉사에 나섰다.

23일 모든 시합이 끝난 타이완의 여자 사격선수인 황린리초(HUANG LIN Li-Cho·58)와 린친메이(LIN Chin-Mei·51)의 쇼핑을 돕기 위해 그가 나섰다.

인천의 한 백화점에 들러 2시간여의 쇼핑 동안 안전관리, 통역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황린리초의 휠체어를 밀고 다니며 능숙한 중국어로 통역했다. 그의 동시통역 실력은 웬만한 한국인을 뛰어넘는다.

동시통역사 못지않은 한국어 실력에는 이유가 있다.

원해소 씨는 “친구와 한 2개의 약속을 이제야 지켰다”며 “이제는 내가 세 번째 약속을 제안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제안할 세 번째 약속은 사랑하는 친구 나라의 영주권 획득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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