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아니어도 괜찮아~!”
메달은커녕 꼴찌를 겨우 면한 로봇다리 수영왕 김세진의 어머니 양정숙 씨는 “힘들었지. 우리 아들 장하다”며 아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세진이가 버텨 온 4년간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엄마이기에 그저 용기를 내라며 아들을 품에 안을 뿐이다.

서른여섯 살의 노장으로 수영에 출전한 북한 김철웅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0m 결선까지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맨 마지막으로 터치패드를 눌렀고, 급기야 실격처리까지 됐다. 실망이 클 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위로하는 코치진을 감싸 안았다.

“인민과 아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이것도 실력이니 다음에 더 멋진 경기를 펼쳐야죠.”

10년간 동고동락하며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형제나 다름없는 남자 단식 휠체어 배드민턴 이삼섭도 동생 최정만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마음이 후련하다”고 했다. 금메달이 최고 영예의 상이기는 하지만 사랑하는 동생에게 한 번쯤 양보할 수도 있다며 너스레도 떨었다.

그래도 그는 “운과 실력이 정만이에게 가서 난 금보다 더 값진 은메달을 땄다”며 밝게 웃어 보였다.

그런 형에게 동생 최정만은 연방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고 고맙다”고 했다.

이 같은 장면은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계속됐고, 폐회식 직전까지 이어지는 시합에서 수없이 재현될 것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금메달이면 좋겠지만 금메달이 아니면 어떠랴. 아니 메달을 못 따더라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면, 뼈를 깎는 고통의 순간순간을 관람객이 알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값지다.

무엇보다 몸이 불편한 장애를 극복하고 한 걸음씩 내딛는 장애인선수들의 투혼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하며 한껏 환호의 응원을 보낸다.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게 바친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아시안게임의 챔피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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