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안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인천 적십자가 되도록 앞으로 더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황규철(61)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은 13대 회장에 이어 14대 회장으로 재선임되며 이 같은 각오를 밝혔다.

1905년 고종 황제 칙령으로 대한민국에 첫발을 내디딘 대한적십자사가 내년이면 창립 110주년을 맞는다.

오래된 건물을 수리하느라 컨테이너 박스에서 겨울을 나야 하는 황 회장을 지난 29일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에서 만났다.

3년 임기를 보내며 적십자 인도주의 사랑을 몸소 깨달았다는 황 회장은 이제 남은 3년 동안 자신이 받은 감동을 인천 지역사회에 전파하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에게 13대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의 평가를 묻자 “만족스럽지 않지만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모르고 한 일도 열심히 했지만, 제대로 알고 하는 일은 더 잘할 수 있지 않느냐”며 14대 임기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수많은 지역사회 봉사 가운데 인천시 동구 송림동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캄보디아가 친정인 주부가 있고, 그를 사랑하는 한국 남편이 있다. 하지만 부부는 남편의 부모님과 형제, 자식 등 무려 8식구와 함께 살고 있다.

   
 
단독주택에서 지내는 이들 가정은 형편이 좋지 않아 제대로 집 안을 가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 차에 적십자 봉사협의회가 추천하는 ‘사랑의 집 고치기’ 후원 가정에 선정됐고, 황 회장이 직접 집을 고쳐 주며 뿌듯한 마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더라고요. 남편 하나 믿고 타향살이하는 캄보디아 여성도 그렇고, 힘든 형편에서도 대식구를 건사하는 남편분 모두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 황 회장에게도 매년 겨울철이 되면 고민거리가 생긴다고 한다. 최근 들어 잘 걷히지 않고 있는 적십자회비 모금이 문제인데, 그나마 황 회장이 임기를 맡으면서는 평균 전국 10위권에서 7위 정도로 올라섰다.

지역사회 어려운 이들을 보살피려는 인천시민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황 회장의 평가지만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저소득층 시민을 돕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업무협약을 맺어 적십자 인천지사로 지정기탁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이 위안이 되고 있다.

황 회장은 14대를 이끌며 무엇보다 시민과의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김장 나눔, 빵나눔터, 급식봉사, 수학여행 인솔교사 안전교육, 봉사협의회, 청소년적십자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대폭 늘려 좀 더 가깝게 다가설 계획이다.

특히 적십자 인천지사 내에서 매일 같이 실시하고 있는 지역 노인 점심 봉사 및 기부와 나눔문화를 인천 청소년에게 전파하기 위한 천사학교 프로그램은 그가 공을 들이는 역점사업이기도 하다.

적십자 인천지사는 직원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구내식당이 없지만 매일 점심 이웃 노인들에게 500명 분량의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현재 15호 학교가 선정된 천사학교는 학생이 한 달에 1천 원을 기부하고, 그 학교와 학생 명의 기부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전국에서 유일한 인천지사만의 프로젝트다.

황 회장은 경제가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어려운 이웃을 챙기는 인천지역 업체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경림건설㈜, 대한건설협회 인천시회, 성인건설㈜, 영림목재㈜, ㈜서부티엔디(스퀘어원) 등은 매년 1천만 원 이상 적십자 특별회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유가증권 상장 기업 등 대기업의 경우 오히려 적십자 특별회비에 인색한 편이다.

황 회장은 앞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한 지정기탁과 함께 더 많은 기업들의 적십자 특별회비 납부 참여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적십자 인천지사가 하는 일을 기업과 인천시민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위기가정 지원 등 더 많은 사회 환원에 힘쓰겠다는 각오다.

“어렵고 힘든 분들이 점점 더 추워지는 겨울이 가까워졌습니다. 따뜻한 손길로 그들을 감싸 안아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저부터 솔선수범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고, 어려운 분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챙겨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스스로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황 회장은 지난해 개인 명의로 3천만 원의 적십자 희망풍차 후원금을 쾌

   
 
척하기도 했다. 뜻하지 않은 재난을 당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겹게 생활하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기 위한 소신이 담긴 행보다.

취약계층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시작한 한적 인천지사의 희망풍차 사업은 황 회장의 관심과 열정으로 연간 1만4천760가구에 결연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이렇듯 지역사회의 각종 인도주의 사업 재원을 위한 적십자회비 모금운동을 매년 펼치고 있으나 기부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성금 모금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황 회장은 가족과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을 만날 때마다 기부활동에 적극 동참하도록 권하는 게 일상이 됐을 정도다.

황 회장은 “기부와 나눔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며 “앞으로 3년 적십자 인도주의 사랑에 인천시민 모두가 동참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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