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박근혜정부 들어서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꾸려는 시도의 하나로 통일대박론이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통일대박론을 주제로 통일 준비를 위한 시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얼마 전 통준위 경제분과에서 주관한 공개 세미나에서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주제로 한 몇 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2050년 통일이 되면 통일한국의 1인당 GDP가 8만 달러를 넘으면서 주요 20개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대서특필됐다. 통일대박론을 구체적인 수치로 계량화한 것이다.

통일대박론은 통일에 대한 국내외의 무관심을 적극적인 관심으로 바꾸는 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통일이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가정이 충족돼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통일 과정에서 전쟁이나 내전 또는 유혈 사태 등 물리적 충돌과 갈등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 비용이나 희생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또 다른 중요한 가정은 통일이 지금부터 몇 년 안에 비교적 단기간 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가정이다. 통일대박론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짐 로저스는 5년 안에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가정을 모두 포함한 가정이 소위 북한의 급변사태 가정이다. 몇 년 안에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것이고 이 과정이 비교적 순탄하게 한국 주도의 흡수통일로 이뤄질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러한 가정은 모두 현실성보다는 우리의 희망사항과 낙관적 전망에 근거한 매우 단순하고 비현실적인 가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그간 우리의 통일론과 북한관 모두 객관적 사실보다는 각자의 이념적 성향에 의해 너무 쉽게 영향을 받는 이념적 문제가 된 지 오래이다. 북한에 관한 객관적 통계자료나 사실 파악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한 정치인들의 책임도 크다.

북한을 연구하는 방법론이나 패러다임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북한을 하나의 지역 연구의 대상으로 보면서 북한 자체의 시각에서 북한을 연구·분석해야 한다는 소위 내재적 연구 방법이다.

이는 북한의 주장이나 현실을 그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는 장점이 있다.

 둘째는 과거 옛 사회주의 경제를 연구하던 그룹이 소위 이행경제의 경험을 북한에 적용하면서 나온 비교경제 방법이다.

 이는 기본적인 통계 자료가 거의 없는 북한의 경우 어쩌면 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셋째는 북한의 대외경제관계 분석을 통한 북한경제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것이 북중 무역을 통한 북한의 외화소득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이 세 가지 방법 모두 북한을 보는 연구자의 이념적 입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첫 번째 방법론은 대체로 북한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반면 두 번째 방법론은 북한의 체제 실패를 강조하면서 장기 안정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가진다. 비교적 중립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이 마지막 세 번째 방법론이다.

북한이나 북한 경제의 향후 변화를 전망하고 이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앞의 세 가지 방법론을 포괄하는 정치경제학적 또는 학제 간 접근 방식에 의한 종합적인 분석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특히 남북 관계를 동북아 협력 틀에서 보는 지역통합론적 시각이 중요하다.

김정은 정권 출범이 3년째로 되면서 정권의 안정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2013년 말 장성택의 처형 이후 군부와 측근의 잦은 자리 교체 등을 들어 김정은이 아직 확고한 집권 기반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당초 우세했다.

 그러나 짧은 승계 과정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과 지배층의 김 씨 가문에 대한 여전한 지지와 지배층 내의 대체 세력 부재 등으로 김정은 정권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전망하는 분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핵에 투자하던 자원의 경제로의 재배치 그리고 자생적 시장 기능의 허용 등 부분적이나마 시장을 허용하는 개혁 조치로 인해 북한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후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통일대박론은 북한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정책대안이 돼서는 안 된다. 통일이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통일이 우리 민족과 동북아에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정은이 앞으로 50년을 집권하는 경우를 상정한 통일 전략의 준비도 필요하다.

남남 간에, 남북 간에 그리고 동북아 국가 간의 사람들의 교류와 소통에 따른 사람들 간의 마음이 통합되도록 하는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통일 전략이 북한 급변사태에 따른 비상상황 대처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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