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내일이 ‘농업인의날’이다. 정부는 1996년 ‘권농의날’을 폐지하고 이날을 농업인의날로 정해 해마다 기념하고 있다. 농업이 국민 경제의 바탕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자부심을 키우며, 그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한 날이다.

한자로 십일(十一)월 십일(十一)일을 합자(合字)하면 토(土)월 토(土)일이 된다. 흙(土)은 농업의 터전이다. 땅이 없는 농민은 있을 수 없다. 땅하면 논밭이다. 논밭에서는 곡식이 자란다.

이 중에서 대표적인 곡식이 쌀이다. 쌀의 한자어는 ‘미(米)’자다. 이 글자를 파자(破字)하면 ‘八十八(88)’이 된다. 이 말은 곧 쌀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여든여덟 번 농민의 손이 가야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농민의 정성과 노력의 결실이 쌀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쌀을 길러내던 논과 밭이 사라지고 있다. 필자는 ‘논밭은 이제 그만’이라는 제하(題下)에 마구 훼손되는 농경지에 대해 경고한 적이 있다. “이미 곡물전쟁은 시작됐다.

 날로 폭등하는 곡식 가격, 곡물 무기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미 네덜란드·독일·스위스·스웨덴 등 서방 제국들이 우크라이나 등 자국 밖에서 농지 확보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논과 밭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위기감을 느낀다. 훗날 아파트를 철거해 쌀보리를 생산해야 하느니 마느니 하고 호들갑을 떨기 전에 미리미리 대비하자. 국토는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땅이다.

우리와 후손들의 먹을 양식을 위해서 농지만큼은 보전해야 한다. 차라리 산을 깎아 집을 지을지언정 논과 밭만은 안 된다”라고 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농촌 들녘 곳곳 어디를 돌아봐도 아파트다 뭐다 해 콘크리트 회색 건물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세계는 이미 식량을 무기화한 지가 오래다. 다만 우리만이 아직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명예퇴직이다, 정년퇴직이다 해서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는 귀농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는 진정 농사를 짓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농촌에 땅을 사두는 부동산 투기가 목적이라면 곤란하다.

웬만한 지역은 농사와는 거리가 먼 재력가들이 소유하고 있다. 풍광 좋은, 그래서 펜션이다 뭐다 해 개발하기 좋은 땅은 모두가 다 돈 있는 도시민들의 소유가 된 지 오래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이 원칙이다. 헌법은 제121조에서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지법도 제6조에서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예외 규정도 있지만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무자격자가 농지를 소유해 용도변경, 교묘히 전용하거나 하는 행위는 없어야 하겠다. 국토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국토이용행정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개발이라는 각종 이름에 밀려 온 산야(山野)가 신음하고 있다. 산자수려(山紫水麗)해 풍광 좋은 국토는 여지없이 파헤쳐 지고 있다. 거칠어지고 사라지는 논밭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중국 베이징에서는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논의가 한창이다. 농업이 그 어느 때보다 위기를 맞고 있다. 어차피 추세라면 협상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보다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으로 현명하게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모두(冒頭)에서 언급했지만 내일이 농업인의날이다. 쌀은 곧 생명이다. 언젠가 지구촌의 식량이 고갈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각 나라가 식량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식량이 모자라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가 한두 국가가 아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농민의 자식이다. 조상들이 농민이었다. 농업인의 날에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농민을, 농업의 앞날을 생각하자.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대대로 먹고 살아가야 하는 문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