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국내에서 개봉할 영화 ‘액트 오브 킬링’은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자행된 양민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양민 학살을 주도한 가해자가 학살을 다룬 극영화를 만들면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그려 가는 작품이다.

수하르토 주도로 발생한 1965년의 쿠데타, 군은 멸공을 목표로 100만 명이 넘는 공산주의자와 지식인, 중국인을 잔혹하게 살해한다.

당시 학살에 가담했던 안와르는 40년이 지난 뒤 당시 상황을 재현한 극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고 동료를 모았다.
안와르는 들뜬 마음으로 직접 시나리오도 쓰고 연기도 하지만, 영화를 찍을수록 밀려드는 죄책감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영화는 잔인한 학살 장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진 않는다. 다만 “빨리 처리하고 퇴근하자”, “자식들이 보복할 수 없어요. 왜냐구요? 우리가 다 없앴으니까요” 등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관람객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안와르의 연출, 조슈아 슈펜하이머 감독 모두 이 작품이 대작이 되길 바라진 않는다. 단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하는 데 충실한 모습이다.

잔혹한 장면을 최대한 배제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들며 점점 후회라는 굴레에 옥죄는 안와르의 반성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묻어난다.

당시의 긴박하면서도 잔혹한 장면은 없지만, 영화는 안와르의 마음에 이는 미묘한 파장을 집요하리 만큼 세밀하게 파고든다. 상영시간이 159분에 이르는 이유다.

세심하고 이야기를 차근차근 전달하려다 보니 전개가 느리긴 하지만 한 나라에서 자행된 학살의 역사와 그 후폭풍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상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올해 영국아카데미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을 비롯해 70여 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영국 영화전문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가 지정한 올해의 영화 1위, 영국신문 가디언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 1위에 올랐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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