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과 교수

 1976년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를 새롭게 발견하고 아프리카 지역만의 문제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이번에 반전을 당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높은 질병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단기간에 사망한다.

우리나라에서 전염병이 사망 원인 1위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불과 몇십 년 되지 않는다. 1960년대만 해도 결핵이 사망 원인 1위였으며,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게 된 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전염성질환은 눈에서 사라지면서 그 피해에 대한 공포를 남긴 것 같다. 인간의 출생, 노화, 질병, 사망이 인생을 요약하는 단어로 함축된다. 인간이 태어나서 젊음을 유지하고 병들지 않고 살고 싶어하는 염원을 가지고 있고, 중국의 진시 황제처럼 이를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투자했던 역사도 있다.

유전자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고액의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자신과 같은 복제인간을 만들게 해 자신의 신체 대용으로 사용하려 한다. 살고 싶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영화다.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앞으로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일이다.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소재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모델이 돼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 에볼라 바이러스는 접촉성 감염질환이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지 않는다. 그래서 전파되는 속도가 공기 전파나 타액을 통해 전파되는 것보다 느리다. 접촉을 막으면 전파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감염자를 찾는 것이 우선이고,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찾아서 모두 잠복기 동안 아무도 접촉하지 않고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격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공포 요인을 한 가지 더 가미해 공기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등장한다. 물론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며, 영화에 등장하는 마을이 모두 폐허로 변해 가고 마을 사람들이 다른 마을로 도망가려는 시도를 한다.

사랑하는 가족이 순식간에 헤어져야 하며, 다른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정부가 마을을 전멸시키려는 결정을 내린다. 물론 영화니까 결정적인 순간에 항체를 구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일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아프리카 지역은 감염자와 비감염자 사이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욕구에 어떤 행동을 보일지, 그리고 문제가 되는 국가는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인간의 극단적인 면을 보이고 끝날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세계가 일일권으로 들어가면서 지역에서만 전염하는 풍토병은 사라지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발견된 지 40년이 다 돼 가는데 이제야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문제가 됐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모두가 “우리는 괜찮을 거야!”하고 안일한 희망만을 보려고 했다는 것이 이번 세계적인 위기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다른 나라보다는 아프리카와의 교역과 접촉이 적은 나라여서 무서운 바이러스가 수입되는 일이 아마도 적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에볼라에 대한 관심과 함께 아프리카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진정한 도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갖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가질 수 있으려면 혼자만으로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남의 문제가 언제인가는 나의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시간과 여력이 될 때 관심을 갖고 도울 수 있을 때 돕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줄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