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건 구성원들 간에 마찰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서로가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며 타인의 이해와 동의를 요구하다 보면 결국 싸움으로 번진다.

 어떤 분쟁이건,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할 말이 많은 법이다. 그렇게 서로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다 보면 어느새 사건의 본질보다는 감정적인 언쟁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이런 상황에 빠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오늘 소개하는 영화 ‘할머니가 남긴 것’은 엄마와 딸의 작은 전쟁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과연 이 모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춘기 딸 로라는 현재 상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로라의 눈에 엄마는 독재자이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오는 존재였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로라의 가족은 이사를 가야만 한다.

그것이 엄마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이 내린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전부와도 같은 친구들과 헤어져 낯선 곳으로 가야만 한다는 현실은 로라에게 커다란 고통이었다.

 상심이 커질수록, 그리고 누구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외로움에 젖어들수록 로라와 엄마의 관계도 더욱 악화돼 갔다.

그렇게 모녀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는 할머니의 일기를 통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이삿짐을 챙기던 중 발견하게 된 할머니의 오래전 메모. 그 노트에는 인생에 대한 할머니의 유연한 자세가 녹아 있었다.

 삶에 있어서도 완벽하지 않음, 아픔 등을 겪는 것 또한 인생의 과정이며 삶의 성장통은 마치 고통 속에 탄생하는 진주처럼 인생의 아름다운 과정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영화 ‘할머니가 남긴 것’은 스페인 출신의 멘튜 페르난데스 리오 감독의 2010년도 작품이다. 어머니와 딸 사이의 대립을 할머니의 지혜로 해결한다는 소재는 특별할 것 없지만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 발 물러나 타인을 먼저 이해하는 것은 결코 자신이 더 손해를 본다거나 혹은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작품은 전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갈등과 그 화해의 과정이 모두 대사와 독백 등의 말로 표현됐다는 점이다. 영상작품인 만큼 말로 된 언어보다는 영상언어로 풀어가지 못한 감독의 역량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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