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크리스티나 김(30·한국명 김초롱)이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고 9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을 밟았다.

 크리스티나 김은 17일(한국시간)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클럽 데 골프 멕시코(파72·6천804야드)에서 열린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연장전까지 추격한 펑산산(중국)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크리스티나 김은 이날 보기 5개에 버디 6개를 적어 1언더파 71타를 적어내며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했다.

 펑산산은 이날 보기는 1개만 적어내고 버디 5개, 이글 1개를 잡아내며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던 크리스티나 김을 따라잡고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1차에서 둘은 나란히 파를 기록했으나 2번째 대결에서 크리스티나 김은 파를 기록, 보기를 한 펑산산을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했다.

 크리스티나 김은 나흘 내내 단독 선두를 달리며 2005년 미첼컴퍼니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이후 9년 만에 L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4년 롱스드럭스챌린지 우승을 포함하면 개인 통산 3번째 LPGA 투어 우승이다.

 11세에 골프를 시작한 크리스티나 김은 미국과 유럽 대표팀의 국가대항전인 솔하임컵에 세 차례(2005년, 2009년, 2011년) 출전하는 등 활약하며 쾌활한 모습을 보였으나 2010년 무렵 우울증에 빠지면서 부진의 시기를 보냈다. 2012년에는 퀄리파잉스쿨을 치러 최고 기록이 숍라이트 클래식 49위에 그칠 만큼 침체했지만, 이날은 밝은 웃음과 함께 유쾌하고 힘찬 세리머니를 펼치며 9년의 침묵을 깨고 되찾은 우승을 만끽했다.

 크리스티나 김은 대회 후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블리처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긴 여행을 했다”며 절친한 친구이자 이 대회 타이틀의 주인공인 오초아가 재기에 성공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특히 우울증을 이겨낸 비결에 대해 ‘로레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했다며 “그녀는 화나는 일이 있어도 골프장에서는 천사 같다”며 “로레나처럼 두 손을 허리에 댔더니 어깨가 젖혀지면서 자세가 좋아졌고, 안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그저 골프일 뿐, 인생은 이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다”며 “내가 얼마나 많은 경기를 치르고, 우승에 실패했는지에 관계없이 나는 훌륭한 인생을 살았고, 이런 삶을 살아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밤이 얼마나 어두웠는지에 상관없이 다음 날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해가 뜬다’고 하신 어머니의 말씀에도 큰 위안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나 김은 “20대에는 내가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30대인 지금은 반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그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30세는 인생의 시작이다. 내년에는 31세가 인생의 출발점이라고 말할 것이고, 매년 그럴 것”이라고 웃었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이날 4타를 줄이고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단독 3위에 올랐다.

 이로써 박인비는 LPGA 투어 올해의 선수 2년 연속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박인비는 이 대회에서 올해의 선수 포인트 9점을 보태 226점을 쌓으며 1위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229점)와의 격차를 3점 차로 좁혔다. 루이스는 최종 합계 3오버파 291타를 기록해 공동 28위에 머물렀다.

 둘의 대결은 미국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적어내며 브리트니 린시컴(미국)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올해 LPGA 투어 신인왕을 받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는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를 쳐 공동 9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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