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운 객원논설위원

 성의 없는 형식적인 태도를 일컬어 영혼이 없다는 수식어를 붙인다. 영혼 없는 서비스는 식당이나 서비스 업종에서 마지못해 고객이나 상대방에게 억지로 하는 서비스를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고객과 마찰의 이유가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 경제정책에도 영혼 없는 정책들이 인기주의에 편승해서 우리의 뉴스거리로 등장한다. 영혼 없는 서비스, 영혼 없는 인사말, 영혼 없는 미소, 영혼 없는 경제정책 등.

교육의 문제, 저출산의 문제, 복지의 문제 등 나열하기 벅찰 정도로 경제정책마다 정치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의 문제는 정치공방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살리고 흥하는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영혼을 담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영혼을 담아 소통과 협의를 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영혼 없이 우선 지르고 보자는 식의 인기 발언으로, 재정의 문제는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누군가는 부담해야 하고, 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정책의 대안을 세우고 발표하기를 바랍니다) 국민은 혼선을 겪는 정치공방에 실망만 늘어가고 있다.

여당이 잘한 것도 있을 것이고 야당이 잘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연말께에는 칭찬하고 다독이고 상도 주고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영혼을 담은 정책을 여당이나 야당이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내년도 예산은 적자로 편성됐고, 각 지자체마다 정부예산 감축에 신경을 세우고 있다. 예전에는 밀실예산이니 쪽지예산이니 하면서 실세의 국회의원 지역구에 예산을 증가하니 유지하니 말들이 많았다. 휴대전화 사용이 증가하면서 지금은 휴대전화 예산이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다.

정부의 예산은 쓸 곳을 정하고 세금을 거두는 것이기에, 일단 쓸 곳을 줄여야 국민의 세금이 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보다는 팍팍해진 국민들의 현실을 체감하는 정책이 나오기를 정말 정말 기대하고 기대한다.

그런데 최근 세원 마련을 위해 복지부 관계자의 농담이라고 해명한 싱글세(정확히는 1인가구) 논란은 정말 무책(無策)이 대책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충분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가구 비중은 1990년 9.0%, 2013년 25.4%, 2025년 31.3%로 예상하고 있다. 세원 마련을 위해 고육지책이라고 할지라도 3포세대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싱글세 발상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 독신자들이 세금은 더 내고 있는 현실이다. 2006년과 2010년 세제 개편에 따라 독신자 1인가구, 2인가구에게 주던 소득공제 혜택이 사라지면서 현 독신자는 소득세 불균형 과세로 인해 세금을 더 내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돈이 답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으면 결혼은 사치라는 말까지 나돈다. 그런 현실을 직시하고 좀 더 혼을 담아 연구하고 정책이 들어서고 시행돼야지, 아님 말고 식의 태도와 정책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거기에 하나 더 ‘신혼부부 임대주택’의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신혼부부 임대주택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정책이다. 결혼에 대한 부담을 줄여 주고 출산을 촉진하기 위해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자는 뜻이다. 참 좋다.

그런데 거기에 쓰일 재원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지를 밝히고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에 일단 신혼부부에게 3만 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장기적으로는 10년간 매년 10만 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재원은 누가 부담하며 어디 지을 것이며, 시행착오는 없는지 고민을 해야 했다. 신혼부부도 결혼을 해야 신혼부부다. 돈이 없어서 결혼 못하는 세대에게 신혼부부의 꿈은 다른 별 이야기에 불과하다.

지면상 두 가지만 이야기했지만 이런 정책이 ‘영혼 없는 정책’들이다. 최소한 정책을 만들면서 대안이 서야 하는데, 서론만 거창하고 제대로 된 결론을 낼 수 없다. 혼을 담아내야 우리나라가 산다. 국민들에게 ‘당신은 어느 별에서 왔소’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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