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7일은 ‘순국선열의날’이었습니다만 이날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그저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현충일처럼 국민적인 추모행사를 개최하는 법정 공휴일은 아니지만, 순국선열의날은 우리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순국하신 선열들을 기리는 정부 기념일입니다.

오늘은 기호일보의 지면을 빌려 아직까지 순국선열의날을 제대로 잘 알지 못하고 계신 많은 분들을 위해 그 숭고한 뜻과 의미를 소상히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상적으로 국경일이나 각종 기념식 행사에 참석해 보면 의례적으로 국민의례는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있은 다음 애국가 제창에 이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올리는 순서 등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묵념(默念)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묵묵히 생각에 잠김, 말 없이 마음속으로 빎 등 죽은 이가 평안히 잠들기를 기원하는 뜻이며, 순국선열(殉國先烈)이라고 할 때 쓰는 순(殉)자의 의미는 따라 죽거나 바친다는 뜻을 의미하고 있는 바, 순국선열은 사전적 의미대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윗대의 열사라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05년 11월 17일은 한일합방을 위한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로서 우리나라 국권이 일제에 의해 강탈당한 망국일이기도 합니다.

 순국선열의날은 이러한 일제의 폭거에 항거하다 순국하신 우국지사를 기리기 위해 1939년 11월 21일에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31회 임시총회에서 지청천, 차이석 등 여섯 분의 제안에 따라 순국선열 공동기념일로 추모해 오다가 1997년 정부기념일로 지정됐다고 합니다.

특별히 독립투사들을 기리는 날을 나라를 잃어버린 수치스러운 날로 정하게 된 것은 독립투사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말자는 결의가 담겨 있다고 하며, 아울러 많은 국민들이 현충일은 잘 기억하고 기념행사도 성대하게 거행하고 있지만 순국선열의날은 잘 모르고 있는 바, 홍보 및 이해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양 기념일에 대한 개념 정의는 물론 정확한 지정 취지를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두 기념일 모두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기리는 날이나 순국선열의날은 일제의 폭압에 맞서다 희생하신 독립투사를 기리기 위해 제정됐고 공휴일은 아니지만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법정 기념일이며, 아울러 현충일은 한국전쟁에서 민주주의 수호와 우리나라를 지키다가 희생한 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정한 날로서 1956년 4월 대통령령 제1145호로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면서 매년 6월 6일을 현충기념일로 지정, 법정 공휴일로 기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지난 11월 17일 75주년을 맞이한 순국선열의날은 일제 치하에서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펼치신 순국선열을 추모하고, 그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 발전을 다짐해야 하는 의미 있는 날이었던 것입니다.

일제에 의해 국권을 침탈당한 후 의병투쟁을 시작으로 3·1운동 등의 항일 독립운동이 1945년 8월 14일까지 50여 년간 국내외에서 쉼 없이 전개됐고, 이러한 독립운동 과정에서 옥사·피살 등 순국한 독립유공자는 그 수가 무려 30여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당당한 주권국가로서 이름을 높이고 그 입지를 굳히게 된 것은 고난의 세월 속에서도 조국 독립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일신의 안위를 버린 순국선열의 희생이 주춧돌이 됐음을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경일 등 각종 기념일 행사 참석 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은 했었지만 정작 그 의미는 잘 모르고 참석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은 맡은 바 본분에 충실하고 위정자는 국가 백년대계를 진정으로 고민하면서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매진해 나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순국선열들께서 바라신 선진 조국의 모습,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순국선열의날은 지금의 독립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분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선열들의 업적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른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늦가을 순국선열의날이 속한 11월, 우리의 역사를 되새겨 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화합과 발전을 위해 지혜와 중지를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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