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순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지난 20일 뉴스 자막에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사연이 보였다. ‘파리 유학 북 대학생 강제송환 중 극적 탈출…행방불명’이었다. 그래서 알아본 사연은 프랑스 파리 소재 국립 파리 라빌레트건축학교에서 유학하던 북 고위층 자녀인 한모 군이 강제송환 중 극적으로 탈출해서 은신했다는 것이다.

현지 교민사회 등에 따르면 유럽의 제3국 북한대사관 소속 국가보위부 요원들이 11월 초 대학생 한 군의 집에 들이닥쳐 그의 여권과 휴대전화 등을 빼앗고 북한으로 강제송환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학생은 지난해 처형당했던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잔재 청산 작업으로 숙청당한 인물의 아들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수재로 전해지고 있다.

한 군은 아버지가 숙청당하고 나머지 가족들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것을 알고 난 뒤 송환되면 처형될 위험을 느끼고 생사를 걸고 극적으로 탈출한 것이 자명하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은 지난해 12월 8일 체포돼 12일 전격적으로 처형됐다. 이제 그는 죽은 자에 불과한데, 김정은은 소위 친·인척이니 측근이니 하는 무고한 사람들까지도 추가적인 숙청 대상으로 잡아서 수십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도 피의 숙청이 계속되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북한의 인권 실상이다. 더구나 그날 유엔에서 통과된 북한 인권결의안에는 북한의 ‘주민에 대한 강제송환’과 연좌제 등 한 군에게 적용될 수 있는 반(反)인권적 행태에 대한 법조항도 포함돼 있다니 현지 프랑스 정부의 인도주의적 조치를 기대한다.

22일 파리 검찰과 경찰이 북한 학생 잠적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AFP보도가 있었다니 천만다행한 일이다.

이번 사건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악재가 될 것이 뻔한데 정부도 발 빠른 외교적 조치를 취해서 북한의 불법적 행위를 알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세계 시민이 백주에 유럽 파리에서 인권유린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불량 국가 북한을 직시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 북한 주민을 국민으로 인정하는 대한민국은 적절한 구원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한 군을 대한민국이 안전하게 호송해 와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한 군뿐만 아니라 제2·제3의 한 군을 위한 대한민국의 준비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한 군은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시시각각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군은 지금 생사의 기로에서 구원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잡혀서 처형의 길을 끌려가는 것보다 차라리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하는 것이 적어도 북한이라는 지옥을 봤던 북한 청년의 마지막 용기였다고 생각한다. 그가 믿고 도망갈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곳을 대한민국이라고 판단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를 구해야 할 의무가 당연히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여러 차례 탈북주민들이 강제로 송환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되고 있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분발과 치밀한 임무 수행을 촉구하고자 한다.

지난 24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최근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북한 주민에게 한 줄기 햇살이 비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우리 국회에서도 북한인권법이 상정돼 논의되고 있는데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만이다. 반드시 통과될 것을 기대한다. 만일 통과가 안 됐다면 반대표를 기표한 의원들은 역사에 오명을 남기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UN에서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다음 달에는 유엔총회에서 이 결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북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참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우리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이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현실을 이제는 남의 일처럼 보지 말고 동포애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관심과 배려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는 지금 파리의 어느 어두운 지하실에서 북한 보위부요원에게 잡혀 갈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군의 구원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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