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기석 부천시의회 전문위원과장

나라 전체의 경악과 공분을 산 세월호 수습을 위해 총 216일 운영된 대책본부가 이달 18일 공식 해체되기까지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겠다.

6·4 지방선거까지 예정된 행사마다 일정을 취소하며 자숙하려 했지만 그리 대수롭지 않은 아파트 관련 단체 창립기념식을 버젓이 치러 뒷말이 무성했다.

게다가 주최 측은 행사 안내문에 “불참 시 내년 공동주택 보조금 지원에 불이익이 갈 것”이라며 참석을 독려하는 통에 심한 파열음마저 낸 상태다. 그

러자 이 단체와 갑을 위치인 주택관리사회로부터 커다란 저항이 일었고, 그간의 전횡을 문제삼으며 부천시의 강력한 제재를 당부하는 항의가 있었다.

창립기념식은 누가 봐도 단체 내부의 행사임에도 시와 공동 주관을 요구하다 여의치 않자 후원기관이 돼 줄 것을 강요하는 등 분별 없는 행보가 이어졌다.

급기야 자기들 면을 세우려 공직자 특강까지 요구해 불가불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유권해석을 받아 정중히 거절하자, 곧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단체 행사에 고위공직자 불참과 특강 거부는 대표적 불통 사례라 하고, 시에서 협의 없이 보조금을 일방적으로 배분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세웠다.

또한 보조금이 과자 값에 불과해 사업을 포기하는 아파트도 있다고 했다. 나름 이 단체 소속 아파트의 금년도 보조금 할당이 줄어든 이유가 심사위원 탓이고, 매사 시가 비협조적인 것에 대한 노골적 불만 표시인 셈이다.

대개 관리사무소가 작성한 금년도 보조금 사업계획서에 서너 배 튀긴 업체견적서 그대로 사업비를 인정해 달라는 아파트가 여럿 있었다. 사업비 절반의 자부담마저 보조금으로 사업을 마치려는 요량인 것이다.

뉴타운·주택재정비지구는 일단 지원에서 배제됨에도 포함시키라 생떼다.

보조금 지원 대상이 확정되자 과자 값이라던 이 단체 회원 소속 아파트들이 일제히 ‘공동주택 보조금 획득’ 자축 현수막을 내걸어 실소를 금치 못했다. 보조금 시행 6년간 중동지역에 뿌려진 보조금이 40억 원을 훌쩍 넘고 보니 아예 혈세를 눈 먼 돈으로 당연시 여기는 도덕적 해이감이 위험 수위에 있다.

그러니 보조금 지원에서 탈락하면 볼썽사나운 항의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고, 어렵사리 마련한 지원기준도 각기 다른 잣대로 그때마다 논란거리다.

최근 경기도의회에 제출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이런저런 사유로 난방비를 내지 않은 가구가 전체 18만8천280가구의 6.1%인 2만 가구에 달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중동의 모 아파트도 이보다 훨씬 전 난방비 문제로 보도를 탄 바 있다.

아파트 관리비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임에도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행태는 여전히 관행만을 좇고 무원칙한 예산집행이 도마 위에 자주 오르기도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입주자대표회의 전·현직 임원진과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의 간 불신과 분쟁, 이권 문제로 도처에서 내홍을 겪고 있다.

아파트 관리 부정은 무엇보다 입주민의 무관심이 문제의 출발점이고 관리주체의 전문성과 윤리의식 부족, 입주자대표회의 불신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주택법상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는 장기수선계획을 세워 건축물 공용 부분, 부대 및 복리시설, 설비의 효율성과 안전한 유지관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노후화 방지를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매월 적립토록 법에서 정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에서 권장하는 장기수선충당금 최소 적립단가는 월평균 ㎡당 450원이나 우리 시는 ¼ 수준에도 못 미치는 ㎡당 월평균 95원꼴이다.

아파트 시대에 건물의 장수명과 노후화를 막는 초석이 장기수선충당금이니 운명으로 받아들여 숙명적으로 풀어야 할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한편, 우리 시 재정 사정을 보면 지방세, 세외수입과 순세계잉여금이 급격히 감소하고 재정보전금과 국·도비도 상당 줄어든 반면 금년도에 집행한 사회복지비는 4천276억 원에 이른다 한다.

며칠 전 금년 한 해를 결산하고 내년도 살림살이를 챙길 부천시의회 제200회 정례회가 개회했다.

혹여 특정 단체에 대한 중복성이나 낭비 요인이 있는지 미리미리 살펴보고 투자사업에 대한 검증도 보다 세밀히 챙겨 봐야 할 것이다.

차제에 진정한 봉사단체라면 서민들의 애환 서린 전월세 대란, 아파트 관리비 부정,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방안 등 산적한 현안마다 함께 고민하고 상생하는 단체로 거듭날 것을 간곡히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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