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들은 청소년기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들이다. 그녀의 대표작인 「슬픔이여 안녕」, 「어떤 미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의 작품들은 내용을 접하기도 전에 그 제목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감수성으로 청소년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무언가에 홀리듯 잡게 된 책의 첫 장을 펼치면, 간결하면서도 독특한 뉘앙스를 풍기는 작가 특유의 문체가 눈을 사로잡는다.

쉽게 읽히면서도 한참을 같은 문장에서 머물게 하는 섬세한 묘사들. 사강의 소설은 독자들을 설득하기보다는 매혹시키고 있다. 오늘은 그녀의 대표작을 동명 영화화한 작품 ‘슬픔이여 안녕’을 소개하려 한다.

10대 소녀 세실은 아버지 레이몽과 함께 파리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오랜 시간 아버지와 함께 단둘만의 가족을 꾸려 왔지만 딱히 어머니의 빈자리를 느끼지는 못했다. 이는 세실 자체가 워낙 낙천적이기도 했지만, 아버지 레이몽과의 친구와도 같은 부녀 사이도 한몫했다.

사이 좋은 부녀 세실과 레이몽은 세실의 나이 17세였던 그해 여름, 바닷가 휴양지로 피서를 떠난다. 그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답게 반짝이던 푸른 바다와 그림 같이 펼쳐져 있던 하얀 백사장. 마음껏 웃고, 마음껏 즐기던 세실의 열일곱 해 그 여름은 오래지 않아 벅찬 슬픔으로 변하게 된다.

세실의 아버지 레이몽은 진지한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가벼운 만남으로만 일관하던 아버지 앞에 진지한 사랑이 나타나면서 가족의 휴가는 변하게 된다.

패션디자이너인 안느 아줌마는 이지적이었으며 차분했고 단정했다. 즉흥적으로 살아온 두 부녀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런 안느의 모습은 세실에게도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재혼 문제 앞에선 이야기가 달랐다. 그간 안느를 존경했던 것과 별개로 기존의 삶의 방식을 침범해 오는 안느의 태도에 세실은 불쾌감을 넘어 적대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에 아버지의 재혼을 방해하기 위한 세실의 계획은 그 의도를 넘어 뜻하지 않았던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사강의 데뷔작을 영화화한 ‘슬픔이여 안녕’은 감독 오토 플레밍거의 감각적 연출과 세실 역의 진 세버그를 통해 1958년 영상으로 되살아났다.

플레밍거 감독은 색체의 반전을 통해 과거는 지나치게 화사한 색감으로, 현재는 흑백으로 담아내면서 건조한 현실과 쉽게 허물어지는 불안한 행복을 시각적으로 포착해 냈다.

 이와 더불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세실의 표정은 영혼을 침식해 가는 정신적 가벼움과 그것을 초래한 일상의 권태를 흔들리는 눈동자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폭풍 전야의 그 고요함처럼 애써 모른 채하고 있지만, 슬픔과 조우한 세실의 오늘은 아픔을 몰랐던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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