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호 사회부 기자

한국마사회 고위직 임원 차량 운전자 연봉이 1억 원에 가깝다는 소리를 들으니 씁쓸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화상경마장 손님들이 금·토·일 3일밤을 인근 ‘싸구려’ 여관에서 삼삼오오 쪽잠을 잘 때 마사회 직원들의 지갑은 빵빵(?)해지는 현실.

취재 도중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로부터 받은 항의 아닌 항의(?)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통합중독관리지원센터의 도박중독 치료가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내용과 관련해 한국도박센터는 “같은 기관으로 혼동할 수 있으니 사진을 교체해달라”고 기자에게 요청한 것.

아마도 인천시 출연기관에서 도박문제 관리를 잘 못하고 있어 중앙정부 기관인 한국도박센터까지 싸잡아 욕먹을까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경마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고 있는 시민들의 치유보다는 이미지 관리에 신경쓰는 중앙기관의 행태에 분노보다는 실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공인된 도박(?)이라는 일반의 인식에 대해 마사회 홍보팀에 문의하자, 마침 그날 내부 인사이동이 있어 업무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핑계를 댔다. ‘금방 다시 전화를 주겠다’는 답변은 다음 날 먼저 전화하기 전까진 묵묵부답이었다.

어렵게 들은 답변 역시 가관이긴 마찬가지였다. 사회 환원사업과 관련 부서가 내부에서 사라져 업무를 나눠 갖다보니 각 부서별로 부담만 커졌다고 되레 앓는 소리를 해왔다.

한 경마인은 경마중독은 다른 도박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정부에서 규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박이 아닌 레저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 더 이상 패가망신, 인간관계 단절, 정신질환 등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경마장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들 중 경마장 손님들 사이 벌어지는 범죄(절·강도, 사기, 공갈, 협박 등)는 심각한 수준이다. 남편과 자녀들 몰래 경마장을 찾은 주부들 중 주변인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전화하는 모습은 차라리 애처롭기까지 했다.

‘건강함’을 전제로 한다면 경마만큼 매력적인 레저 스포츠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적지않는 경마장 출입자들이 ‘도박중독’에 시달리거나 예비중독자가 양산될 위험성 또한 상존하고 있어, 이들을 ‘레저라는 양지’로 유도할 수 있는 정부나 관련 공공기관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치유책이 시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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