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덕우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가면 갈수록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 보도된 몇 가지 사건만 보더라도 그저 놀랍기만 하다.

 대학교수가 앙심을 품은 조교에게 황산을 테러하고, 시내버스 기사에게 핀잔을 들었다고 흉기로 찌르고,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다고 짜여진 일정을 어기면서까지 항공기를 되돌려 버리고, 일반 농산물을 친환경 재료처럼 포장한 채 학교급식으로 제공하고, 고위직 엘리트의 성추행을 정신질환자로 판정하고, 선거 때마다 특정 후보 지지성명을 내는 소위 정치교수를 참스승으로 묵인하고, 조직을 이끄는 단체장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막말을 해대는 현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두렵기만 하다.

거기에 더해 구중궁궐 청와대 문건이 외부에 유출되고, 지연과 학연으로 똘똘 뭉쳐 있다는 여러 유형의 ‘○피아’가 활개하고, 불량 부속품을 납품해서 배를 불린 방위산업체에 조직적 비리가 존재하고, 명품이라던 국산 무기가 툭하면 고장이 나 있고, 수상구조함 통영함에 어군탐지기를 달고 항해하고, 지자체장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산하기관장이 있는가 하면, 원자력발전소는 툭하면 고장인데 부실 점검이 다반사라 하니 과연 일반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정치권은 매번 부패의 고리를 끊어내고 깨끗한 정치를 만들어 가겠다고 하지만, 그 정치권 또한 맑지 못한 현실에서 서민들의 실망감은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하는지 서글프기만 하다.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을 논하는 자리는 관료든 정치인이나 기업인이든 막대한 자금의 운용과 관리를 떠맡게 됨으로써 양면의 칼날을 쥐게 된다. 그들은 여러 가지 권한을 부여받음에 따라 부정과 부패의 유혹에 항상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개인의 출세나 사치와 축재, 나아가 권력 획득에 집착하게 되면 정치인과 관료와 기업은 밀착될 수밖에 없고, 그들은 결국 고객과 후원자와 같은 관계를 형성한다.

지연과 학연으로 뭉쳐지고 서로가 서로를 위한 보호막을 치며 주위의 정치권력에 의존하기도 하면서 결국 파당을 지어 세력을 과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초심을 잃게 되면 영원히 씻지 못할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는 것이 우리가 봐 왔던 엄연한 현실이다.

역사책에 나오는 권력 투쟁사를 보면 권력 무상, 인생 무상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부정적 측면에서의 역사이기는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권력의 탄생에서 소멸까지의 패턴은 너무나 비슷했다.

새로운 지존이 등장하면 외척세력이 자연히 형성되고 정권의 2인자가 권력을 농단하다가 정치적 희생양이든 새로운 도전세력에 의한 괴멸이든 결국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라는 수식어는 정치권력이 결코 오래 갈 수 없음을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권력을 사적으로 운용한 결과가 그렇게 나타난 것이라 하겠으나 예나 지금이나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역사의 교훈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한때 정경유착, 언론과 권력의 유착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쓰여졌다. 정치인과 경제인, 언론과의 결탁을 말하는 것인데 ‘유착’이니 ‘결탁’이라는 부정적 활용이 문제였지 국가의 이익이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한 배를 타야 하는 집단이었다.

근자에는 정권이 교체되면 전 정권에 대한 조사가 통과의례적 관행이 돼 ‘결집’은 더욱 조심·은밀해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미스러운 부패가 계속 발생하는 것을 보면 불법과 편법, 부조리를 감시하는 시스템만으로는 제어되기 어려운 모양이다.

염치(廉恥)가 없어져 가는 사회가 돼 가고 있다. 입신양명은 누구나 바라는 사항이지만 그것이 꼭 재화나 출세에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 대다수는 자기 분수를 알고 나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떳떳하지 못한 행보를 보이고, 눈앞의 영리 때문에 명예롭지 못한 삶을 지탱하는 기회주의자의 행태는 결코 오래 갈 수도 없다. 우리들의 삶이 영원히 기록되고 있다는 역사 속의 준엄한 교훈을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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