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미생’의 열풍이 뜨겁다.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가 시청률 7%를 넘어 지난해 케이블 TV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응답하라 1994’ 10.4%에 도전하고 있을 만큼 가히 ‘미생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미생’은 프로 바둑기사를 꿈꾸며 어릴 때부터 바둑에만 몰두하고 바둑에 인생을 걸었던 주인공 장그래가 고졸 학력만으로 흔한 스펙 하나 쌓지 못하고 ‘원인터내셔널’이라는 대기업 종합상사에 입사한 뒤 오상식 차장, 김동식 대리 등 직장 상사와 입사 동기인 안영이, 장백기, 한석률 등 주변 인물들과 겪는 얘기를 바둑 한판에 비교하며 그린 드라마다.

시청자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직장생활의 애환을 소재로 다루고 있어 쉽게 공감하고,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월요일 출근해서 ‘미생 봤어?’를 아침 인사로 나눌 정도라고 한다.

인천유나이티드가 지난 9일 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인천대 출신 수비수 윤주열 선수를 선발하는 것을 끝으로 올 시즌 K리그의 모든 공식 일정을 마쳤다.

인천은 12개 팀이 겨룬 K리그 클래식에 잔류냐 챌린지로 강등이냐의 생존경쟁에서 10위를 거두며 클래식에 살아남아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K리그 클래식에서 12위로 최하위에 머문 상주 상무와 11위에 그친 경남FC가 챌린지로 강등되고, 챌린지 우승팀 대전 시티즌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친 광주FC가 클래식으로 승격했다.

하지만 인천은 K리그라는 한판의 바둑에서 상위 스플릿 진출이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 또는 리그 우승이라는 ‘큰 집’을 짓고 산 게 아니라 시즌 10위로 마쳐 바둑판 한 귀퉁이에 겨우 두 집을 내고 살아남기만 한 셈이다.

또한 어려운 재정 상태 등 주변 여건만 돌아보면 두 집은커녕 한 집도 만들지 못한 ‘미생’인 상태지만 ‘완생’으로 나아가는 길이 쉽사리 보이지 않고 있어 더욱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한다.

인천은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보다 열악한 여건이지만 내년 시즌 새로운 바둑 한판을 둬야 하고, 또다시 클래식 잔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또는 ‘미생’만큼 시민들과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장그래가 보여 준 열정과 노력이 어느 해보다 절실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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