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2
저자 공지영. 분도출판사. 312쪽. 1만6천800원.

작가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그 두 번째 이야기다.

13년 전 작가는 18년 만에 교회와 신앙 그리고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 달간의 유럽 수도원 기행을 통해 자신과 인간, 신에 대한 성찰을 담담히 풀어냈다.

수도원 기행 그 두 번째 이야기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13년의 부침과 여러 사건을 통해 그녀의 신앙과 하느님 체험은 더 깊어졌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의 수도원을 배경으로 그녀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 2011년, 공지영은 소설 하나를 구상했다.

소설에는 흥남철수작전 때 1만4천 명의 목숨을 살린 기적의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그 배의 선장 레너드 라루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 수도원이었고, 작가는 취재차 한국의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을 방문했다.

소설을 쓰기 위해 한국과 미국·유럽의 수도원을 오가며 그녀는 점점 수도원의 고요에 빠져들었다. 수도원들의 침묵과 침잠은 작가의 곤고한 삶에 혁명의 회오리를 불러일으켰고, 내적 변화의 조짐은 수도 정신의 단비를 흠뻑 맞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저자의 유럽 수도원 방문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졌으나, 이 책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2」를 발아시킨 씨앗은 한국의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뿌려졌던 것이다.

작품은 단순한 기행문이나 여행안내서가 아니다. 18년 만에 교회와 신앙 그리고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전작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1」에서 밝힌 바 있는 저자는 그 후 13년 동안 많은 일을 겪었고 또 신앙적으로 성장했다.

이 책은 그녀의 영적 성장 일기이자 신앙 고백록이며 하느님과의 은밀한 대화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도원 ‘기행’은 수도원 자체의 공간적 의미에 더해 저자의 내적 여정을 기록한 영혼의 순례기로 읽혀야 마땅하다.

그녀의 신앙 체험은 분명 13년 전보다 깊어졌고 넓어졌다. 그러나 이 체험은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하면서도 우리 모두가 겪는 아픔과 고통, 그 치유 과정이기도 하다. 그 치유 방법이 하느님을 향해 소리쳤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 뿐이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아픔을 통찰하는 능력으로, 사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하느님 체험과 종교적 성찰을 손에 잡힐 듯 명징하게, 때로는 절절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풀어냈다.

물차 오는 날

   
 

저자 박혜숙. 키다리. 40쪽. 1만2천 원.

수도와 화장실 시설이 부족해 물차가 오는 날이면 야단법석 난리가 나는 달동네 마을의 풍경을 그려낸 그림책이다.

조금이라도 물을 더 받기 위한 이웃 간의 한바탕 소동,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시선은 마냥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옛 주거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어른들에게는 추억으로,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다가갈 것이다.

서울로 이사 온 이순이네 가족이 도착한 곳은 작은 산동네. 네 자매는 낡고 좁은 집을 보고 실망하지만 엄마는 하늘과 가까워 좋다며 위로한다.

그런데 이사 온 동네에는 수돗물이 나오는 날과 물차 오는 날이면 어쩐지 특별하다. 언제 물이 끊길지 모르니 서로 앞다퉈 줄을 서고, 오늘도 욕심쟁이 반장 아줌마는 먼저 호스를 낚아챈다.

과연 어떤 소동이 벌어지는지 아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작품은 초대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당신에게

   
 

저자 변지영. 카시오페아. 304쪽. 1만3천800원.

스토아철학의 대표적 저작물인 에픽테토스의 담화록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그리고 세네카의 도덕서한집과 주요 에세이들을 토대로 스토아철학을 들여다보는 데 힌트가 될 만한 어록을 뽑아 간단한 해설을 덧붙인 작품이다. 또 그 담백한 짧은 글들에 감각적인 사진을 더했다.

일도 어렵고 사랑도 어렵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애써 고민을 숨기며 괜찮은 척 바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빛나는 통찰이 가득한 책이다.

세상의 관계가 버겁고 세상의 속도가 두렵기만 한 우리에게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따뜻한 조언이 가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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