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본질적인 질문에 빠지게 된다. ‘나는 누구이며, 왜 살아가고 있는가?’ 어떤 측면에서 이런 물음은 비생산적이며 공허한 질문이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마음속 울림은 스스로에게 충분히 납득이 될 만한 대답을 여전히 찾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덧 2014년 한 해도 저물어 간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에 앞서 지나온 날들을 정리하다 보면 다시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오늘은 이 본질적인 질문에 자신만의 해답을 구한 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질문도 반추해 보고자 한다.

‘영원과 하루’는 2005년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KBS를 통해 방영한 바 있는 다큐멘터리다. 해당 프로그램은 ‘150년 만의 공개, 가톨릭 신학교’라는 부제를 달고 성당의 사제가 되기 위해 자신을 수련하고 공부하는 신학생들의 하루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세상의 모든 권세와 영예, 쾌락을 등지고 청빈한 삶, 금욕적인 인생, 봉사하는 생활을 선택한 이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대 청년들과 다를 바가 없는 생기 있는 모습이었다.

10년의 엄격한 수업과 수련 과정을 통해 사제로서의 서품을 받게 되는 신학생들의 아침은 연휴나 공휴일의 개념도 없이 매일 새벽 6시에 시작된다.

아침 기도와 미사를 마친 후 식사에 이어 강의를 듣고 자기 성찰의 시간과 저녁 미사에 이어 대 침묵을 통한 기도의 시간이 이어진다.

대 침묵이란 오후 8시 이후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는 아무런 말 없이 침묵을 지키는 시간으로 신학생들은 이 시간 동안 자신의 깊은 내면,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속세에서 살아가는 일반인이 보기에 이들의 삶은 억압 속에 살아가야 하는 고행의 길이다. 그러나 환한 미소의 신학생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채, 외출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그 생활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줬다며 감사해 한다. 교회에 자신을 봉헌하고 세속에 대해 죽어있음을 상징하는 성직자의 제복인 수단을 입을 때마다 다시 한 번 자신을 성찰한다는 한 신학생의 말은 듣는 이들조차 경건하게 한다.

피 끓는 젊은 청춘이 자신 앞에 놓여 있는 모든 즐거움 대신 침묵과 고독 아래 독신으로 살아가며 순종의 삶을 살아갈 것을 선택한 데에는 신앙에 대한 굳건한 믿음에 기인할 것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의 끝자락에 비춰진 학생들의 미소에 가슴이 뜨거워진 까닭은, 비단 그들의 숭고한 신앙에 감명받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 안의 질문은 유보한 채 시류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듯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한 방울의 눈물이 돼 흘러내린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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