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호 피지 명예영사/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영사는 외국에 있으면서 외교통상부 장관과 특명전권대사 또는 공사의 지시를 받아 자국의 무역통상 이익을 도모하며, 주재국에 있는 자국민 보호를 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영사는 직무영사(Career Consul)와 명예영사(Honorary Consul) 두 종류가 있다. 명예영사는 접수국의 유력한 국민을 영사로 위촉한 경우이다.

명예영사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외교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연임하게 할 수 있고, 명예영사로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함과 동시에 주재할 지역에 5년 이상 거주했어야만 한다고 ‘명예영사의 임명 및 직무 범위 등에 관한 규정’ 제2조 및 4조에 명시돼 있다.

금년 7월 현재 주한 명예영사 현황으로는 상주 83명, 비상주 52명으로서 135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아이티 명예영사이신 유유제약의 유승필 회장이 단장직을 맡고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 중이다.

필자는 지난 7월 외교부에서 피지 명예영사 임명장을 받은 후 피지 정부로부터 양국의 다양한 교류 확대를 위한 방문요청을 받고 5박 6일의 일정으로 11월 16일 마침내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학창시절에 봤던 조슈아 로건 감독의 ‘남태평양’ 영화의 배경인 신비의 섬 피지가 아니던가. 기억이 흐릿하지만 모녀가 함께 손가락을 움직이며 “툭 탁” 주인공을 향해 남국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노래하던 그곳을 방문한다는 가벼운 흥분도 동시에 일어났다.

트랩을 내려오자 외무부 전임직원들의 안내로 꽉 찬 일정이 시작됐다. 귀국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전용차도 준비해 줘 훨씬 편하고 기동 면에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가 있었다.

예컨대 예정된 제재소-가구공장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벌채장소, 더 나아가 시간을 틈내서 묘목을 기르는 종묘장도 견학할 수가 있었다. 또 예정보다 일정이 일찍 끝날 땐 수행원들에게 요청해 그 지역의 박물관, 전통시장과 어시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식사시간대에 틈틈이 주피지대사관의 김성인 대사와 박상태 영사를 만났는데 그들의 적극적인 활동력과 의욕을 보고 내심 한국과 이곳이 더욱 가까운 사이로 곧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더불어 피지에 진출한 한국해양기술원의 방장완 소장에게서는 여러 자원을 수입해 가야 할 당위성을 들었고, 바이오연료로 전력사업을 일으키고 있는 짐코피지의 젊은 이준형 사장에게 패기에 찬 사업계획을 보고 들을 기회가 있었음도 행운이었다.

또한 카우 주한대사의 배려로 정부청사 방문을 통해 여러 고관을 만날 수 있었는데, 라투이노케 쿠부아보라 외무부 장관과의 단독 대담에선 여러 방면의 미담과 함께 양국 발전의 협력사항과 실질적인 진행사항을 순차적으로 심도 있게 의견이 오갔다.

다만 주된 요청이 인천지역과의 협력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었는데 오히려 보다 큰 국가적 단위의 추진사항이기에 제 개인 역할보다는 중소기업중앙회의 김기문 회장과 카우 주한대사와의 협조를 통해 성사되도록 성심껏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사실상 호주의 외무부 장관이 10월 말 피지를 방문했고 필자가 머무르는 동안에도 인도 총리가 이곳에서 연속회의를 했으며, 출국하는 날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방문이 있을 만큼 이 섬나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어째서 세계 각국이 ‘떠오르는 피지’라고 부를까?

피지는 두 개의 큰 섬과 330여 개의 도서로 이뤄지고 우리나라 경상북도 크기이며 열대해양성 기후의 나라이다. 날짜변경선이 지나고 있고 뜨는 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어 새해 첫 일출이 인기가 높다고 한다.

주요 자원으로는 관광, 사탕수수, 금, 수산자원, 코코넛 등이 있으며 특히 화산지역 지하에서 나오는 생수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각국의 정상들이 계속 몰려오는 이유를 묻자 아마도 미래의 해상대권 관심사에 대한 미팅일 거라는 대답이 왔다.

카우 주한대사와 같이 귀국하며 짧은 여정을 뒤돌아보니 양국 간 교류 확대를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할 사안들이 매우 많음을 반추해 본다.

마침 인천 토박이 업체인 경인기계의 구제병 회장께서도 세네갈 명예대사 활동을 하고 계시며, 얼마 전 서울에서 이뤄진 주한명예영사단 모임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우리 기업가들의 이러한 조그마한 노력이 양국 간 교류 확대에 도움이 되고, 미약하나마 지역사회에의 주춧돌을 놓는 역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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