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10년 후 2024년에 한 해를 보내면서 송년 단상을 쓴다면 다음과 같이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올 한 해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해였다. 대학교수로 재직한 지 근 30년 만에 정년퇴직을 한 해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두 번째 아이를 낳아 나에게 두 번째 손자를 안겨 준 해이기도 한다.

어언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돼 노년을 준비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벌여 놓은 일들 가운데 정리할 것은 정리하면서 죽을 때까지 계속 할 일은 어떻게 계속할지도 생각하고 나름 준비한 해였다.

평소 관심을 가졌던 통일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북한 급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고 김정은은 표면적으로는 아직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군부의 개혁세력이 실권을 장악해 개혁개방 노선을 구체화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도 이제는 시장경제에 적응하고 한국의 실상을 잘 알고 있으며, 더 이상 북한의 일방적 선전에 속지 않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세대가 권력을 장악해 공산당 개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중산층 대부분이 더 이상 중국 공산당의 일당 독재에 만족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베정권의 장기 집권기간 동안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전면적 세대교체의 태풍이 정치권뿐만 아니라 전 일본 사회를 휩쓸고 있다.

우경화에서 벗어나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등 미국 민주주의제도의 우월성을 보여 주고는 있지만 외교·안보·경제 분야에서 그 영향력이 계속 줄고 있다.

한국은 헌법 개정이 돼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되고, 통일을 대비해 국회가 양원제로 바뀌었다. 2016년 한·중·일 FTA가 타결돼 한·중·일 삼국의 경제통합이 제도적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며, 한·중·일 협력 사무국(TCS: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의 위상이 아세안 사무국의 위상을 뛰어넘어 아시아의 지역 통합을 이끄는 실질적 선도 기구가 되고 있다. 그간 몽골과 중앙아시아, 러시아가 3+ 형식으로 참여했으며 올해는 북한도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미국과 중국이 G2로서 주요 글로벌 문제를 결정한 지도 오래됐다. 중국도 국내 문제를 민족주의나 대외 팽창정책으로 무마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아시아 특히 동북아에서 미국과 지역 안보협력체를 구축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미국도 더 이상 중국과의 갈등 구조 유지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동북아에 지역 협력과 통합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금이야말로 동북아 지역 통합의 간사 역할을 자임할 호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특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본격 대응 준비에 착수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지역 통합에 참여하기로 함으로써 남북 협력이 동북아 지역협력과 병행해서 진행되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그간 중국의 추격 때문에 고전했으나 남북 협력과 동북아 지역협력으로 인해 북한과 중국 동북지방 및 러시아 극동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북방 경제영토의 확보로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간 재벌 주도의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도 중소기업과의 상생체제 확립에 노력한 결과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경제 체질로의 전환에 성공해 IT 이외의 생명 및 신소재와 지식서비스산업 등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그간 교육의 구조개혁에 노력한 결과 대학 경쟁력이 눈에 띄게 향상돼 서울대가 세계 톱10에 들게 됐고, 작년 2023년에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 냈다.

국립 법인대로 전환돼 2018년부터 정상적인 국고 지원을 받기 시작한 인천대는 송도경제자유구역의 입지상 이점을 살려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외국 대학, 다국적 기업 및 국제기구 등과의 협력체제 구축에 성공, 송도신도시에 제3캠퍼스를 내년에 완공한다.

여기에는 대표 특성화 학부인 동북아국제통상학부를 비롯한 특성화 학과들과 단과대가 국제화 융합대학을 구성해 입주키로 돼 있다. 인천은 특히 개성 및 해주지역과의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중심도시가 돼 명실상부하게 중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동북아 중심도시가 되고 있다.”

이상이 허황된 꿈이 아니기를. 응답하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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