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경기도에 속해 있을 때는 우수 인재 유입에서는 나름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지금 인천교육은 고교평준화 영향에다 학생 수급 역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인천지역에 국한돼 우수 인재 발굴이 쉽지 않다. 지역 내 우수 인재 역시 서울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있어 인천학력이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다.

가용현(70)인천학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인천의 우수 인재가 유출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인천교육은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교육 환경, 지역사회 환경 등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1970년 경기도 일산에서 첫 교편을 잡은 가용현 이사장은 인천시교육청 장학사·장학관, 인천고등학교 교장, 인천교육위원회 위원, 제5대 인천교육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인천고를 졸업한 가 이시장은 교육계를 떠난 후에도 2010년 9월 인천학술진흥재단 이사장으로 부임, 지금까지 장학사업, 교육학술지 편찬, 교육 강의 등을 하면서 인천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가용현 이사장이 인천교육 발전을 위해 걸어온 지난 45년 교육인생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인천, 교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었다

   
 

1981년 인천시가 경기도로부터 분리돼 ‘인천직할시’로 승격될 무렵 인천교육 분위기는 훌륭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인천직할시 승격 당시 큰 변화는 없었다”는 가 이사장은 “조금 달랐던 점이 교사의 출퇴근 시간이었다”며 “교사들이 경기도 권역이라 수원·부천·일산 등을 오가던 것이 인천지역 내에서만 돌아 한편으로는 편했던 기억이 난다”며 지난날을 되새겼다.

그는 경기도교육위원회 인천시교육청 청사 이전에 대해서도 “교육청 청사가 지금의 남부교육지원청 자리에 있었는데, 인천직할시 승격 다음 해인 1982년 4월 현 자리에 착공한 후 그해 12월 31일 준공했다”며 “재미있었던 것은 옆에 시청이 있었는데 교육청이 시청보다 높게, 좋게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 지금 보면 중앙현관 등이 시청보다 높고, 건물도 시청보다 한 층이 더 높게 지어졌다”고 말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특히 “경기도 속에 인천이 있을 때 인천지역은 교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었다”며 기억을 떠올린 가 이사장은 “직할시 이후에도 인사 교류가 있었다. 그때도 경기도의 유능한 교사들이 인천에 유입됐다”며 “그것은 어차피 서울로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서울 다음에는 경기도내에서 인천이 교사에 대한 지원도 좋았고 생활환경 자체가 가장 정착하기에 알맞아 교사들이 선호하는 인천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도 경기도에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인천으로 많이 들어와 인천학력이 매우 높았다”며 “인천직할시 이후에는 인천지역 내에서만 학생들이 돌았기 때문에 그만큼 우수 학생들의 분포도가 떨어졌고, 그것이 학력으로 이어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민직선제로 바뀐 교육감 선출에 대한 이야기도 해 줬다.

가 이사장은 “지금은 인천시교육감을 선거를 통해 뽑지만, 시교육청 개청 이후는 인천직할시 승격과 함께 구성된 인천직할시교육위원에서 의장(시장)의 승인을 얻어 2배수로 교육부에 올리면 그 중 1명을 교육감으로 선출했다”며 “2배수로 올리지만 이미 교육감은 내정된 상태라 교육부에서는 형식적인 절차뿐이었다. 또 웃기는 것은 당시 교육감 수행비서, 비서실장 등을 교사가 맡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 인천시교육위원회, 인천교육을 견인하다
자신이 몸담은, 지금은 없어진 인천시교육위원회의 시작과 끝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인천시교육위원회는 1981년 직할시가 되면서 ‘교육은 한 사람의 주장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아서 교육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 하에 ‘인천직할시교육위원회’로 시작했다”는 가

   
 
이사장은 “1대에서 5대까지는 교육예산 심의, 교육 전반에 대한 심층적 논의 등 교육위 자체적으로 운영이 잘 됐다.

그렇다 보니 의장도 시의회 의장과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며 “그런 교육위가 정치적 개입이 들어가면서 6대는 시의회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다 결국 7대에서는 시의회로 흡수됐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교육은 정치와 별개로 움직여 교육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교육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파악하고 논의하면서 인천교육 발전에 큰 힘을 보탰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교육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없다 보니 교육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안목이 부족해 괴리가 생기는 등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많다”고 말한 후 잠시 허공을 바라봤다.

이내 “일본에는 시에 독립 교육위가 따로 있다”며 “시장은 일반행정을 처리할 때는 지시·명령하지만, 교육에 대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교육위에서 결정된 사항에 따라 정책을 펼친다”며 부러워했다.

# 올바른 교육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가 이사장은 지난 45년간의 교육자의 길을 되돌아보며 잠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지금 생각하면 다 반성감”이라는 그는 “처음 1980년대 교육은 군사정권 때라 학생들을 그런 시각에서 교육했고, 학생 지도도 좀 강압적이어서 외형적으로 질서가 잘 잡혀 교사 입장에서는 교육환경이 좋았다”며 “요즘은 자유화·민주화되면서 학생들이 저마다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다 보니 기성세대와 더욱 거리가 생겨 교육이 이제는 가르침보다 생활 지도에 전념해야 하는 현상, 사교육 팽배, 교권 하락 등으로 변해 못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런 교육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일단 시간이 흘러 이 시대에 산 학생들이 교사가 돼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교사와 학생이 서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교육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학부모의 교육만족도 충족”이라며 “첫째는 학생 본인이 만족해야 하지만, 여론 조성은 학부모가 한다. 학부모·지역사회 등의 여론은 인천의 교육환경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데, 제일 장애요소가 서울 등 수도권에 근접해 있다는 것”이라며 “1960년대 인천이나 지금이나 인천교육에서 가장 문제점은 유능한 인재 유출이다. 결국 교사가 공부를 열심히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환경 개선과 학교교육의 내실화, 생활환경 안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가 이사장은 “교육정책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지금 시교육청의 교육정책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아는 것이 없어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아마 교육감은 인천교육 발전을 위해 교육정책을 펼 것이다. 우리 인천교육가족들은 그런 시교육청의 정책을 지켜보면서 잘하면 칭찬하고, 잘못하면 조언할 수 있는 아량을 베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용현 인천학술진흥재단 이사장
▶충남 태안 출생
▶인천고, 동국대, 인하대교육대학원 졸업
▶1988~1999년 인천시교육청 장학사·연구사·장학관
 1999~2006년 계산공고 교장, 인천여상 교장, 인천고 교장
 2009~2010년 인천시교육위원회 위원, 제5대 인천시교육위원회 의장
 2010년~현재 인천학술진흥재단 이사장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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