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타결로 중국 시장이 본격 개방됐다. 이는 반대로 우리 시장 또한 중국에 알몸을 드러냈다는 걸 의미한다.

소상공인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한중 FTA를 바라보는 시선은 각양각색이다. 위기론부터 기회론까지 아직 가시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한중 FTA의 과정부터 쟁점, 내용 등을 들여다본다면 향후 전망과 방향 정립도 가능하다.

이에 본보는 창사 40년에 맞춰 향후 한중 FTA의 40년을 기회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의 도움을 받아 한중 FTA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거대 경제권 국가와 FTA 모두 타결한 유일한 나라
한중 FTA는 지난 2012년 5월 협상 시작 이후 공식 협상만 14차례 진행했다. 2014년 7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연내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 이어 그해 11월 한중 FTA가 타결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거대 경제권인 미국·EU·중국·ASEAN과의 FTA를 모두 타결한 유일한 국가가 됐으며, FTA 교역국의 GDP가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경제영토)은 73.2%로 칠레·페루에 이은 세계 3위를 기록하게 됐다. FTA 교역국과의 교역 비중도 64.3%까지 증가해 경쟁국인 중국(21.9%)과 일본(18.9%)을 크게 상회한다.

# 중국은 對세계 무역수지 흑자 규모의 150%에 육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우리나라의 교역국 가운데 수출, 수입, 교역, 수지 부문 제1위 무역 상대로 대(對)중국 수출은 2010~2013년간 연평균 13.9%, 수입은 연평균 1.2%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對세계 수출에 필요한 원부자재, 중간재의 주요 공급국으로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對중국 수출이 확대됐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3년 기준 628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對세계 무역수지 흑자(40억5천만 달러)의 14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對세계 수출성장세 둔화, 중간재 자급 능력 확대로 인해 중간재 교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對중국 수출도 과거에 비해 둔화되는 추세다.

한중 교역은 국제분업 구조에 기반을 둔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인데, 중국은 기업이 물품을 가공해 수출할 목적으로 원료 및 중간재를 수입하는 경우에 한해 관세와 증치세를 면제 또는 환급해 주는 가공무역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공무역제도는 중국의 경제성장 초기 단계부터 운영돼 온 제도로, 최근 중국이 제도 축소를 통해 가공무역을 일반무역으로 전환하려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對세계 수입에서 가공무역 비중은 꾸준히 감소해 2013년 25.6%를 기록한 반면 對한국 수입의 가공무역 비중은 47.6%로 경쟁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한중 FTA는 중국의 가공무역제도 축소에 따른 수출 충격을 완화하고 수출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중소 및 개인 기업 투자환경 개선하면 긍정적 효과
우리나라는 중국의 제1위 수입국으로 한중 FTA는 시장점유율 확대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05년 타이완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고, 2013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중 FTA 타결 시 중국의 5대 수입국 중 FTA를 체결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중국은 5대 수입국 중 타이완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발효하고, 조기철폐프로그램(EHP)을 통해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한 바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제2위 투자 대상국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중국에 대한 투자는 중소기업 및 개인기업의 투자금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한중 FTA를 통한 투자환경 개선을 이루면 국내 투자자 보호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의 對한국 외국인 직접투자 순위는 12위(누적기준)로 투자 비중은 2014년 상반기 기준으로 7.5%까지 확대됐다.

우리나라의 對중국 투자는 제조업 투자가, 중국의 對한국 투자는 서비스산업 투자가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對중국 투자는 제조업 비중이 76.6%로 가장 높으며 중국의 對한국 투자는 서비스산업 비중이 59.9%로 가장 크다.

# 중국 내수시장 공략의 기회, 서비스 시장 선점이 관건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인구를 보유한 시장으로 1인당 소득수준은 2010년 4천437달러에서 2013년 6천959달러까지 증가됐고, 향후 7%대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중 FTA는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제2의 내수시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중국인들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소비재 수입 규모가 늘고 있어 한중 FTA를 소비재 및 소비재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 수출 확대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의 對세계 소비재 수입은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34.6%씩 증가해 2012년 1천71억 달러를 달성했고, 對세계 수입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4%p 상승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중국 소비재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2년 3.7%까지 감소해 한중 FTA에 따른 관세 인하·철폐 효과를 적극 활용해 점유율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FTA를 통해 최종 소비재에 대한 관세 감축효과를 적극 활용할 경우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되고, 향후 중국 내수시장 확대로 중국 내 소비재 생산이 증가하면 관련 중간재 수출 확대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중국의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 한중 FTA를 통해 중국 서비스 시장 선점효과를 누릴 필요가 있다. 중국의 GDP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40.5%에서 2013년 46.1%까지 확대됐고, 가구 소비지출에서도 통신·교통, 의료 등 서비스 분야 지출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對세계 소비재 수입이 증가하고 있어 한중 FTA는 관세 감축효과가 큰 품목을 중심으로 對중국 수출 확대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의 산업구조가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의료, 통신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한중 FTA를 활용한 중국 서비스 시장 선점효과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