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변화한다. 당장 내일 앞도 알 수 없는 게 사람 일이다. 하물며 인구 1천300만 명이 넘는 경기도의 앞날을 내다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당장 경기도청 이전 문제도 예산이 부족해 불확실하다. 광교신도시에 도입 예정이었던 트램도 장담할 수 없다.

KTX 수원역 정차도 시민들의 숙원이었지만 이제서야 가닥을 잡고 사업이 논의될 뿐 눈앞에 보이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지나온 세월이 무색할 정도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앞으로의 10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순 없지만 최근 경기도가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장기 계획들을 토대로 2030년의 경기도 모습을 그려봤다. 서울 인근 신도시에 사는 40대 직장인 남성의 하루 일과를 가상해 꾸몄다. <편집자 주>

광교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박경기(41·가명)씨는 서울 본사에서 만나기로 한 중요한 바이어와의 미팅에 늦지 않기 위해 평소 가지고 다니던 승용차를 놓고 트램을 이용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늦을까봐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집에서 나와 부랴부랴 트램에 올라탄 박 씨는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며 속으로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평소에는 차량으로 출퇴근해 몰랐지만 꽉 막힌 차들 사이로 유유히 다니는 트램에서 밖을 내다보니 마치 유럽에 온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트램 덕분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수원역 환승센터에 도착한 박 씨는 예전과는 달라진 수원역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예전에는 국철 1호선과 기차가 전부였던 수원역에 KTX가 정차하면서 지방으로 가기 위해 양손 가득 짐을 들었거나 서류가방을 손에 든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띄었고, 환승센터 내부에는 분당선 연장선을 이용해 수원역을 찾은 사람들로 가득해서였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게 익숙한 박 씨에게 수원역 환승센터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기까지 했다. 수원에 거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경기도를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KTX를 이용해 서울 본사에 도착한 박 씨는 바이어와의 미팅을 기분 좋게 끝내고 경기 본사로 출근하기 위해 사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당에 도착하니 경기도를 가려는 사람들로 정류장마다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그냥 전철로 갈 걸 후회하기도 잠시. 정류장에 2층 버스가 속속 도착하자 끝이 보이지 않던 줄이 금세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젠 도심을 시원스레 달리는 2층 버스가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박 씨는 이내 오후에 있을 PT(프레젠테이션) 생각에 몰두했다.

   
 
경기 본사에 들러 자료를 챙겨 나온 박 씨는 차에 시동을 걸고 PT 장소인 의정부로 향했다.

10년 전만 해도 의정부에 가기 위해서는 2시간~2시간 30분 정도를 염두에 둬야 했지만 경기도가 북부권 활성화를 위해 도로들을 확장·정비하고 나서면서 이동시간과 거리가 대폭 줄어 목적지까지 1시간 남짓한 시간 만에 도착했다.

PT에 함께 참여할 서울 본사 직원들은 얼마 전 개통한 GTX(수도권광역철도)를 이용해 편리하게 도착했다고 했다.

직원들이 이용한 GTX 노선은 서울을 중심으로 남북축을 가로지르는 의정부~금정 노선으로 금정, 과천, 강남권, 청량리, 의정부를 연결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GTX 시대가 열리면서 의정부~금정 노선이 경부선과 과천선의 수요를 흡수해 과천~강남 업무시설과 연계하고, 서울 동부간선도로의 승용차 수요가 흡수돼 일하기가 한결 편리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의정부~금정 노선뿐만 아니라 동탄2신도시, 강남지역, 서울도심권, 대곡 킨텍스를 연결하는 킨텍스~수서(동탄) 노선과 인천경제자유구역, 인천도심, 경인축, 여의도, 서울도심, 청량리를 연결하는 청량리~송도 노선도 동시에 개통돼 수도권 어느 곳이든 1시간 남짓이면 이동이 가능해졌다.

   
 

서울과 의정부를 오가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 박 씨가 집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얼마 전 광교신도시에 완공된 경기도청이었다.

10년 전 수원역 인근에 있던 도청이 광교신도시로 옮겨오면서 접근성과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다.

박 씨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를 훌쩍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도청사 곳곳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도청이 행정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늦은 시간까지 도청 인근을 산책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기 때문이다.

스마트 오피스 형태로 완공되면서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청사 내부에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한 점도 크게 일조했다.

휴일과 공휴일에도 모든 민원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365민원센터에 들러 내일 필요한 서류를 받아든 박 씨는 도청 주변에 법원, 소방서 등이 들어선 모습을 보고 경기도가 그동안 참 많이 변화했다는 점을 실감했다.

▲ 경기도청 조감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매일 일상처럼 둔감하게 지나쳐 왔고 스스로와 무관한 변화라고 생각했기에 크게 실감하지 못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고 몸으로 부딪쳐 보니 참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점도 알게 됐다.

불과 10~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뤄진 많은 변화 앞에서 박 씨는 2050년이 되면 정말 하늘을 날아다는 자동차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다 실소하며 집으로 발길을 향했다.

고된 하루를 보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만날 생각에 지친 기색도 없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모습은 마치 새로운 변화를 위해 하루도 쉴 새 없이 역동적으로 달려온 경기도를 대변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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