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넓고 다양한 경기도에서부터 우리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한 세계를 스스로 열어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9시 등교제 시행’과 ‘학생 상·벌점제 폐지’ 등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해 온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을미(乙未)년 새해에도 그동안의 수동적 교육관행을 깨고 학생중심의 능동적 교육을 실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경기도교육감으로서의 지난 6개월을 돌아본다면.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다. 일찍이 학교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또 다른 현장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문제가 가장 가슴 아팠다. 이러한 차별 해소가 결국 학교 현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차별 문제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

교육은 전적으로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하고,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현장에서 멀리 있었다. 교육감과 학생, 학부모, 선생님과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들겠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이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격없이 소통하고, 좋은 정책에 대해 논의하겠다. 앞에서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드리는 것, 이것이 교육감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교육계의 가장 큰 이슈는 ‘9시 등교’였다고 보는데.
▶학생들의 꿈과 미래는 경기도의 꿈과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물은 트는 대로 흐르고, 사람은 가르치는 대로 성장한다고 한다. 청소년기를 어떠한 환경에서 무엇을 하며 보내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미래는 크게 달라진다. 때문에 교육은 첫째도 학생, 둘째도 학생, 셋째도 학생을 중심에 둬야 한다. 교육을 말하면서 그 기준과 근본이 돼야 할 학생의 자리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공교육 정상화도 그저 공허한 관념에 그치고 말 것이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관행이,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변화를 주저하는 경직성이, 외적 성장에 치중한 성과주의의 덫이 학생의 숨결을 억누르는 현실에서는 희망도 미래도 찾을 수 없다. 경기교육은 학생중심, 현장중심 교육에서 답을 찾았다.

교육다운 교육은 결국 학교와 학생의 자발성과 열정이 제대로 발휘돼야 가능하다. 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은 바로 학생중심이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꿈을 가꿀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9시 등교 정책이 바로 그 출발이었다.

현재 도내 많은 학교에서 9시 등교를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아침 생활이 달라진 학생들의 몸과 마음에 활력이 생기고, 정규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생겨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예전보다 학습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 같은 도교육청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앞으로 대한민국 교육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

-교육감이 생각하는 혁신교육은 무엇인가.
▶2014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무거운 숙제는 세월호 참극에서 드러난 사회의 온갖 모순과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로 집약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자세를 가다듬고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세월호의 비극과 절망, 희생 위에 경기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고, 이제껏 우리 사회가 관행으로 해 왔던 모든 잘못된 것들을 고쳐내는 일이 희생자들에게 보답하는 책임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월호의 참극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오늘의 학교 체제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확장시키기보다는 그것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교육은 혁신의 해체가 아니라 형성에서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를 풀기보다는 문제점을 발견하는 능력 등을 길러줘야 한다.

   
 
경쟁교육을 중단하기 위해서라도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학생과 선생님의 교육 현장을 가로막고 창의성을 무너뜨리는 교육제도는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많다.

▶도교육청 재정은 크게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경기도에서 교육비특별회계로 전입되는 재정으로 수입이 구성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27%로 법령에 정한 재정수요측정 기준에 따라 시·도별로 교부한다. 그리고 경기도로부터 지방교육세와 도세 총액의 5%를 받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학생 수 외에도 교직원 수, 학교 수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시·도별로 나눠 주기 때문에 농산어촌 지역이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많고 대도시 지역은 상대적으로 1인당 교육비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국가 세수가 떨어지고, 도에서도 전입금이 줄고 있음에도 인건비와 교육복지 등 학생 수에 비례한 재정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서울과 경기도 같이 학생 수가 많은 지역은 엄청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국가완전책임제를 공약했던 정부는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등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부담을 유치원 외에 법률 소관을 벗어난 보육기관(어린이집)의 보육료까지 국고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지방교육재정으로 떠넘기고 있다.

그동안 교육청과 지자체가 분담하던 누리과정 예산을 2015년도부터는 교육청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도교육청은 그동안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는 심정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감당해 왔다.

그러나 2015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4천800억 원가량 줄어들 예정이고,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은 5천700억 원에 달한다.

현실적으로 교육사업이나 교육환경 개선 등의 사업은 엄두를 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교육 혁신은 이뤄질 수 없으며, 교육재정은 정상화될 수 없다.

   
 

앞으로 17개 시·도교육감과 힘을 모아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지방자치의 양축인 교육자치와 행정자치의 발전을 위해 지방교육행정협의회를 활성화하고, 광역 및 기초단체와도 지속적으로 협력해 지자체의 교육 지원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새해 각오를 말씀해 달라.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그리고 교육은 희망을 만드는 일이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꿈을 토대로 자기성장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본질이며, 이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길이다.

앞으로 경기교육은 우열을 갈라 친구를 경쟁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가 되도록 도울 것이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은 학교 가는 것이 즐겁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서 학부모가 행복하며,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당당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

도·농복합지와 신도시 개발, 민통선 주변 접경지대, 해안지대 등 경기도가 지닌 다양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는 경기교육의 어려움이기도 하지만 기회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을 동력으로 삼아 고유의 색깔에 맞는 역동성을 만들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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