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

 2015 을미년, 광복 70년을 맞는 새해가 열렸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송구영신의 시즌이다. 지나간 일을 잊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살펴서 다가올 시간들에 희망을 걸고 노력한다면 개인의 행복은 물론 사회의 번영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의 마음을 시간의 물이 흐르듯 방치할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다스려 바른 삶을 영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증오, 특권, 반칙, 탐욕, 좌절, 충동 등 부정적 측면보다 사랑, 겸손, 인내, 공감, 화합, 헌신, 여유 등 긍정적 측면의 마음을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종북정당의 해체로 어느 때보다 국가의 중요성과 국가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 줬다. 핵무기보다 더 강한 무기는 애국심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이 아랍권 13개국과 전쟁을 선포했을 때 일이다.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이던 다얀 장군은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 이스라엘 군대는 막강한 최신 무기로 무장을 완료했다.

 이 최신 무기는 이스라엘 전국에 긴급 배치된 바, 우리는 이 무기를 사용해 아랍연합군을 몇 시간 내에 물리치게 될 것이다.” 수많은 국가정보기관이 이 신무기의 정체를 파악하려 애썼지만 찾아내지 못한 가운데 이스라엘은 엿새 만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다얀 국방장관은 전쟁 종료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단 세 시간 만에 승리를 확신했다. 그것은 최신 무기인 ‘불타는 애국심’ 덕분이었다. 이 애국심이라는 신무기를 활용해 우리는 단시일에 적군을 물리쳤다. 땅의 크기에서 밀린다면 생각의 크기로 맞서야 한다. 생각의 크기에도 밀린다면 사랑의 힘으로 물리쳐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든 나라를 사랑하든 사랑하면 힘이 세진다”고 했다.

요즘 전 세대를 아우르는 관객 동원력을 높여 주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에서 남편이 베트남에 돈을 벌러 가겠다고 하면서 아내와 말다툼하던 중 애국가가 울리자 두 사람은 머뭇거리다 태극기를 향해 서서 가슴에 손을 얹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겸손은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더 높은 위치로 자신을 끌어올리는 마음의 자질이다. 나의 위치를 낮출수록 상대의 위치가 높아지고 그렇게 치솟은 상대가 다시 더 높은 위치로 나를 올려주는 널뛰기의 원리와 같다. 교황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겸손이라고 한다.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겸손을 온몸으로 실천해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바티칸 미사에 청소부들을 초대했고, 이슬람 여성과 장애인들을 불러 발을 씻겨 줬다.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고,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 할 것 같아 벽을 보고 식사했다. 자신의 방 밖에서 밤새 경호를 선 근위대원에게 앉아서 쉬라고 하고는 손수 카푸치노 커피를 사러 갔다고 한다.

인내는 문제 해결의 경험을 쌓게 해 주며, 지도자로서의 그릇을 키워 준다. 한족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만주족이 한때 세계를 정복한 원동력은 바로 인내라고 한다. 인내를 통해 많은 한족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고, 인내를 통해 획득한 문제 해결의 많은 경험은 천하를 통치할 수 있는 ‘직관’을 체득한 것이다.

독일의 생물학자 요아힘 바우어는 그가 저술한 「협력하는 유전자」에서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경쟁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협력, 소통, 창의성이라는 생물학의 기본 원칙에 가장 적합한 개체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람이 이기적인 존재이기보다 이타적인 존재임을 강조한 것이다.

어떤 기대가 현실로 실현되는 것을 의미하는 자성예언(self-fulfilling prophesy)이라는 말이 있다. 자성예언에서는 기대하는 마음이 행동, 지각, 사고체계에 영향을 줘 상상의 믿음을 현실의 존재로 변화시킨다는 노력과 활동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결국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그 영향은 긍정 또는 부정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삶을 위해서는 심적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로운 삶을 갖는 데는 시간적·물질적 요소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마음이라는 요소가 가장 절실하다.

 아무리 바빠도 틈을 자꾸 내어 여유를 만드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망중한이라고 말한 것이다.

우리 생활은 늘 쫓긴다. 쫓기지 않으면 역설적으로 불안하게 느껴진다. 이는 어쩌면 삶의 주인이 자신이 아니라 일이나 환경을 탓하는 것이라고 본다. 내 삶을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여유를 갖고 행복한 삶을 이뤄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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