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인천교육계가 술렁인다.

지난해 처음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인천교육의 일대 혁신을 기대했지만, 열악한 재정 여건상 좀처럼 진일보하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부터 시행하려던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를 내세운 이청연 교육감의 핵심 공약이었지만 지난해 시의회에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혁신교육 관련 예산도 10억 원 가까이 감액해 올 시행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인천의 첫 진보성향 교육감으로 당선돼 파격 행보를 이어온 이 교육감이 ‘예산 삭감’이란 복병을 만나 앞으로 어떠한 교육행정을 펼칠지 주목받고 있다. 이념적 성향을 떠나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이미 교육계 전반의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교육신문’으로 출발해 창사 40주년을 맞은 기호일보는 인천의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지역의 대표적 일반고와 특성화고를 찾아가 봤다. <편집자 주>

# 개교 18년차 석정여고

   
 

석정여고는 2012학년도부터 3년간 ‘자율형 창의경영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 주제는 ‘내가 주인되는 으뜸학교 만들기’로, 구성원들(교사·학생·학부모) 스스로 역량 강화를 통한 학교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먼저 교사들은 교수·학습과 생활 지도 역량 강화를 위해 전 교사 창의·인성 공개수업 실시, 같은 교과 교사 수업 참관, 교과협의회를 통한 수업 경험 나누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또 개인별 역량 강화를 위한 자율연수 평균 90시간 이상 수강, 책 함께 읽기로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 「가르친다는 것」,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등을 보고 감상문을 제출했다.

이 밖에 매년 우수 학교를 방문해 우수 프로그램(경기 혁신학교 등)을 벤치마킹하고, 학업 중단자 및 학교 부적응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긍정의 생활 지도 방법으로 ‘잘한 것을 더 잘하게 칭찬하는 PLUS DAY’, ‘회복적 생활 지도의 가치 도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둘째, 학생들 스스로 역량 강화를 위한 자치활동과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함양하고 있다.

2012년 자율형 창의경영학교를 시작할 당시 학생들을 보면 목표가 없거나 목표가 있다고 해도 어떻게 꿈을 이뤄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무기력한 학생들이 많았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우바시(우리를 바꾸는 시간 5분)’, ‘나공주(나는 공부의 주인이다), ‘우가배(우리가 가르치고 배우는 공부)’ 등의 프로그램이 생겨 학생들 서로 동기부여, 실천, 함께 배우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다른 학교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자치활동 부문에서는 법무부 장관 표창까지 받은 ‘학생자치법정’, ‘패널 토의를 통한 학생회장 선거문화’의 활성화 등을 실시하면서 도전과 참여, 기획의 경험을 쌓아가며 자치 능력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교사·학생·학부모가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2015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 큰 결실을 거뒀다. 물론 입시가 마무리된 시점이 아니라 결과를 발표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입학사정관, 즉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탁월한 점수를 얻게 됐다.

학생 만족도 2012년 3.83점, 2013년 4.1점, 2014년 4.42점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으며 학부모 만족도도 2012년 74.21점, 2013년 77.12점, 2014년 80.03점으로 점차 오르고 있다.

전용남 석정여고 교장은 “전담교사를 배정하고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입시에서 영리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진학교육을 꾸준히 해 왔다”며 “앞으로도 성적 위주 수업보다는 인성·가치교육, 학생들 사이 협동 등을 중점에 두고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 76년차 기계공업 특성화고, 인천기계공고
인천기계공고는 지난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공동 추진한 ‘스위스 도제식 직업교육 시범학교’에 최종 선정됐다.

   
 

스위스 도제식 직업교육은 박근혜 대통령이 스위스를 방문해 직업교육의 우수 모델로 제시한 것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한 것이다. 기업의 직업훈련과 학교의 이론교육을 결합한 형태로, 지난해 전국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공모해 총 9개 교를 선정했다.

인천기계공고는 국가 뿌리산업인 금형 분야 우수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춰 순수 금형전문가 양성계획을 수립했으며, 인천·부천지역의 25개 금형 관련 산업체와 협약을 맺었다.

이 사업 선정으로 향후 3년간 시설기자재·운영비 등으로 매년 국비 20억여 원이 지원되고, 참여 학생은 기업 내 근로시간 보수 지급, 취업 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 대체와 대학 연계 진학 혜택이 주어진다.

앞으로 협약업체와 함께 금형 분야 2개 반 60명에게 학기당 6~8주씩 기업에서 도제교육을 받도록 할 예정이며, 산업체 전문가를 학교교육에 적극 활용해 국내 금형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금형 명장으로 키울 방침이다.

인천기계공고는 또 스쿨모터스(www.schoolmotors.com)라는 학교기업을 2004년 9월부터 국내 최초로 자동차정비업으로 사업을 등록, 운영하고 있다.

스쿨모터스는 산업체 현장 체험과 창업 마인드를 심어 줘 학생이 미래에 종사할 산업 분야의 전반적 사전 준비를 할 수 있어 지역사회와 교감할 수 있다는 실용적 측면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교육부 지원 아래 자동차관리법 제53조에 따라 인천시로부터 소형자동차 2급 정비업(종합정비)으로 승인받아 숙련된 1·2급 정비기술자들이 포진돼 안심하고 정비를 맡길 수 있다.

고객들은 기관 분야(엔진해체정비), 전기 분야(하이테크), 섀시 분야, 판금도장, 내외장 관리(광택 등), 정기검사 등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한 자동차 정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부품은 순정품만 사용하고 일반 정비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으며, 학교기업으로 검증을 거친 만큼 첨단시설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전화 및 인터넷 예약 서비스를 통해 대기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과 투명한 정비 내역 안내 및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하는 것도 스쿨모터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자동차 정비 수익은 새로운 장비 등 교육보조재 구입에 충당하고 신규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하며, 부가적으로 학교재정에도 보탬이 된다.

학교의 중장기발전계획안에 포함된 스쿨모터스는 학교의 전폭적 지원 아래 연매출 평균 2억 원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내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윤인문 인천기계공고 교장은 “현재 운영 중인 산업체 인턴반을 통한 사전 교육으로 학생들은 보다 빠르게 현장에 적응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취업 준비가 이뤄져 기업에서도 기계공고 학생들에게 만족하고 있는 등 우리 학교가 특성화고의 롤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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