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乙未年) 새해, 어두운 경기전망만큼이나 매서운 칼바람이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한다. 서로 몸을 기대 온기를 나누는 양떼처럼 이럴 때일수록 함께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예로부터 땅이 비옥해 먹거리가 풍족했던 이천은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나눔문화가 뿌리 깊게 형성돼 있다. 이천시는 이러한 전통을 계승해 지역의 어려운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와 함께 ‘행복한 동행’이란 나눔 공동체를 실현하고 있다.

올 겨울 이천시가 나눔 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행복한 동행’을 쫓아가 봤다.

# 찾아가는 봉사에서 찾아오는 봉사를
창전동의 한 이발소 주인은 이발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직원도 없이 혼자 일을 하기에 봉사하러 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고민 끝에 대상자가 직접 이발소로 방문하면 이발을 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지난 2012년 9월 뜻을 같이하는 12개 사업장 주인들과 ‘아름다운 이웃, 행복을 주는 창전동’이란 재능나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을 지켜보던 조병돈 이천시장은 ‘행복한 동행’이 확대 정착될 경우 지역사회의 복지자원 개발과 활용을 통한 새로운 기부활동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조 시장은 민관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함께하는 생활공동체 조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기반을 만들고자 전 지역으로 사업 확대를 지시, 2013년 9월 ‘행복한 동행’이란 사업을 시 전역으로 확대했다.
적극적인 참여 업체 발굴을 위해 쌍둥이 트로트 가수 ‘윙크’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창전동·관고동 지역의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며 참여 유도를 위해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170여 개의 사업장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2013년 10월부터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한정된 공적 자원만으로 충족시킬 수 없었던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지원하게 됐다.

#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기부천사들
현재 ‘행복한 동행’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천지역 사업장은 274곳이다. 위생 서비스(이·미용실·목욕·스파), 음식업(식당·제과점·떡집·피자·치킨·족발·정육), 학원(국영수·미술·피아노·태권도·보습학원·수영), 의료법률(치과·법무사사무소), 안경, 문구 등으로 다양하다.

우선 지난해 11월 주미희 치과원장이 행복한 동행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아주 평범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한 여성이 치아교정이 절실했지만 치료비가 없어 병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딱한 사정과 행복한 동행 사업의 취지를 알게 된 주 원장은 “저한테 김장봉사를 하라면 자신이 없지만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봉사할 수 있다면 자신이 있어요. 이건 제 일이고 가장 쉬운 일이랍니다”라며 즉석에서 재능기부에 동참하겠다고 밝혀 470만 원의 틀니 교정 치료는 물론 연간 3명의 치료를 더 해 주겠다는 통 큰 기부를 약속했다.

중리동 라온팰리스에 있는 이탑치과는 연간 5명에게 1인당 100만 원의 치과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최근 찾아가는 무한돌봄센터 운영 때 발굴된 호법의 한 노인은 윗니가 거의 다 상해 식사를 못해서 건강까지 안 좋은 상태였다. 진찰 결과 4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예상돼 치료를 망설이고 걱정하다 포기하려 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박 원장은 200만 원까지 지원하며 부분 틀니와 풍치 치료를 해 주기로 약속, 노인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했다.

또한 떡보의 하루와 은혜반찬 주인은 매월 떡케이크와 국·반찬을 기부, 복지담당 공무원이 지역의 저소득

   
 
층 홀몸노인 및 노부부의 생일에 직접 떡과 반찬으로 생일상도 차려줘 큰 만족도와 호응을 얻고 있다.

작은 케이크와 반찬 몇 가지이지만 받는 이들에게는 단지 음식으로서만이 아닌, 이웃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느끼게 하고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을 신 나게 하며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해 주는 재능기부도 있다.

호법면에 위치한 코오롱스포렉스 이천점은 지역의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 수영 강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개월 단위로 대상 아동을 추천받아 1기에 15명 정도로 입학식 및 수료식도 실시하고 있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대표선서가 어색해 부끄러워하기도 했지만 모두들 신 나고 즐겁게 수업을 받고 끝나는 것을 아쉬워한다.

코오롱스포렉스의 재능나눔은 벌써 5기 아동들의 수료식을 앞두고 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이모 집에서 생활하면서 킥복싱이 너무나 배우고 싶었던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이모 역시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려운 형편에 체육관에 보내 달라고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관고동의 태을칸 종합무도체육관 관장이 최 군의 꿈과 희망을 위해 지난 6월부터 킥복싱을 가르쳐 주고 있다.

원조떡집 주인은 매월 떡 5팩 기부와 명절 때마다 떡국떡 50인분, 송편 50인분을 제공해 홀몸노인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 주는 재능기부를 함께하고 있다.

창전동의 대성축산은 어려운 가정에 매월 3㎏의 정육 나눔으로 행복한 동행에 참여함으로써 고기 한 번 배불리 먹어 보는 게 소원이라던 조손가정 소년의 작은 소망도 이뤄 줬다.

   
 

 # 이웃사촌이 때론 친·인척보다 낫다
이웃의 선행 소식에 다른 이웃은 무료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웃은 무료 이발을 해 주기도 하고, 본인의 재능이나 나눔으로 해결이 안 되는 어려움은 그러한 재능을 가진 이를 소개해 연결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나눔의 감동은 전염된다. 행복한 동행의 모든 것은 시민들이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고 나누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행복한 동행 서비스 이용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공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의 어려운 이웃들로,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원하는 서비스의 복지쿠폰을 발급받아 사업장에 제시하면 된다.

예를 들면 미용실에서 매월 5명에게 무료로 커트 서비스를 하기로 재능기부 신청을 한다면 커트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는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쿠폰을 받아 해당 미용실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재능 나눔 참여를 희망하는 사업장은 시청 무한돌봄팀이나 읍·면·동 주민센터에 재능기부 신청서를 작성·제출하면 사업장에서 편하게 기부봉사하며 행복한 동행에 함께할 수 있다.

# 촘촘한 사회안정망 구축
민선6기 공약이기도 한 이 사업 활성화를 위해 우수 참여 사업장의 미담 사례를 널리 홍보하고 있으며, 매월 월례조회 시 행복한 동행 유공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또한 이천시민들이 많이 참여하는 ‘장호원 복숭아축제’와 ‘평생학습축제’ 때 홍보부스를 운영해 OX퀴즈 및 행복한 동행 오행시 짓기 등의 이벤트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그동안 행복한 동행에 함께해 온 213개 사업장에 나눔 기부문화 실천에 기여한 공을 기리고 긍지를 드높여 나눔운동 확산에 귀감으로 삼고자 재능기부 사업장 지정서를 전달하고 현판식도 가졌다.

시는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사업을 활성화하고자 읍·면·동 주민자치위원장들을 행복한 동행 홍보대사

   
 
로 위촉할 계획이다.

새해에는 재능기부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행복한 동행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행복한 동행 기금 조성을 위한 ‘1인 1나눔 계좌’ 갖기 운동을 계획 중에 있다. 이 기금은 법적 기준에 못 미쳐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지원금이나 물품 구입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시는 돈이 없어서 굶거나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촘촘한 사회안정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행복한 동행’은 공적 복지자원의 한계를 넘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에게 안정적인 생활 기반은 물론 삶의 의미와 활력을 주고 있다.

시는 이렇게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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