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엔 주변 모든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사소한 일상에도 유쾌한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사춘기를 거쳐 성인이 되면 일상은 일상일 뿐, 더 이상 사소한 일에 신기해하며 즐거워하지 않는다.

항상 곁에 있기 때문에 중요함을 못 느끼는 공기처럼, 익숙하기에 그 가치가 망각되는 존재가 있다.

가족의 존재는 그렇게 공기처럼 늘 함께 있기에 고마움을 실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의 부재를 느낄 때, 비로소 우리는 가족 공동체의 그리움과 사랑을 절감하게 된다.

오늘 소개하는 ‘누군가의 시선’은 자주 잊고 지내는 가족애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섬세한 그림과 감수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작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다.

외동딸 아야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어린 시절 아야는 무엇을 하든, 무엇을 보든 즐거운 아이였다. 밥 먹는 것도, 노래하는 것도, 달리는 것도, 말 하는 것도, 모든 일에 기쁨이 넘쳤다.

그러다 초등학생이 되고 부모님의 직장일이 많아지자 아야는 혼자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그때 만난 친구가 고양이 ‘미상’이다. 새로 만난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 된 미상은 아야의 적적한 마음을 위로해 주는 자매 같은 가족이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고 성장해 가면서 아야 생활의 중심에는 친구들과 사회생활의 비중이 크게 자리잡게 된다. 어느새 사회인이 된 아야에게 고양이 미상과 부모님은 더 이상 그녀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없었다.

이제 그녀에게도 성취해야 할 자신만의 세상과 사회가 존재했다. 아야가 사회에 치열하게 적응하는 사이 가족과도 고양이 미상과는 자연스레 멀어지게 됐다.

이제는 미리 약속을 잡지 않으면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어진 어느 날, 미상의 마지막을 전하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게 된다. 막연하게 잘 지내겠지 생각했던 고양이의 죽음은 아야로 하여금 가족과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노쇠한 고양이 미상의 시선으로 아야의 가족을 바라본 이 작품은, 자녀의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가족 간의 정서를 그린 작품이다.

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아름답게 묘사돼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가족과의 매일이 한결같이 빛날 수는 없겠지만, 사소하고 작은 일상이 모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가족만의 추억’이 된다. 행복했던 기억의 책장을 넘겨 보면 그 중심에는 부모, 형제 그리고 부부와 자녀들의 웃음과 가족애가 듬뿍 녹아 있다.

을미년 새해에는 마음에 깊이 담아 둔 고마운 마음을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해 보는 건 어떨까? ‘사랑합니다! 우리 가족’이라고 말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있는 한, 행복은 언제나 흐르듯 이어질 것이며 그 행복 속에는 서로를 사랑하는 따뜻한 시선이 늘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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