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서구발전협의회 회장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잘못된 가치관 때문에 가족의 목숨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패륜행위가 난무하고 있다.

가난을 이유로 처자식을 목 졸라 죽이는 끔직한 살인사건은 물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술에 취해 부모를 살해하는가 하면, 생활비를 안 준다며 자식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반인륜적 범죄가 새해 벽두부터 TV나 신문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정말 걱정스럽다.

경제 발전과 함께 지구촌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급격한 변화로 인해 핵가족화가 급진전되며 전통적인 가부장 제도가 무너지고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생각한다.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이혼율은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고 자살률은 가장 높다고 한다. 이혼율이 높다 보니 결손가정이 증가하고, 가정에서의 인성교육 부재로 인해 파생되는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가정교육의 실종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에 나오는 글에 ‘반다이크’는 가정의 소중함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가족 서로가 닮아가지만, 불행한 가정은 어느 사람이나 모두 따로따로 놀기 때문에 불행하다. 어느 집이든 사랑이 깃들고 우정이 손님이 되는 그런 집은 행복한 가정이다”라고 했다.

 하기야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말들은 ‘반다이크’의 말이 아니더라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헤아릴 수 없도록 많이 있다.

가정은 어떤 조직보다 중요하다. 가정을 제대로 꾸릴 때만 가정 밖에서의 모든 삶이 가능해진다.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은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모는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이 모두가 화목할 때 이뤄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정에 비극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패륜의 사건들이 개인의 잘못된 가치관의 표현이었음을 볼 때 이제는 공교육만 탓할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다시 말해 학교 성적 못지않게 가정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부모들이 자신의 집념을 이루기 위해 인간의 도덕교육이나 대인관계, 양보예절에 대한 인성교육보다는 돈만 있으면 일생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처럼 가정교육을 하고 있는 한 그렇다고 보는 것이다.

교육 중에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은 가정교육이다.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학교교육은 법적·제도적으로 기틀이 서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그 과정을 밟고 관문을 통과하면 성공적으로 결실을 볼 수가 있지만 가정교육은 다르다. 가정교육은 부모들의 책임 하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우리는 그동안 잘못 길러진 인성으로 인해 패륜으로 치달으며 물의를 일으켜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여러 사건을 봐 왔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끔직한 사회를 보면서 그때마다 어쩌다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우리는 세계사적인 근대화의 조류에 막차를 타고 참으로 숨 가쁜 세월을 살아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기성세대가 자신을 위해서든 자녀를 위해서든 돈과 사회적 명예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동안 가정은 몹시 왜곡된 모습으로 일그러져 있었던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가정은 삶의 출발이자 종착역이다. 가족의 해체는 국가사회와 개인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 가족이 국가, 사회와 개인을 발전시키는 순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정은 사랑과 평화, 나눔과 배려, 화목과 즐거움이 존재하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고 서로 돕고 사랑하며 많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할 것 없이 어느 직분을 불문하고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동안 소홀했던 인성교육과 참된 삶의 가치기준을 재정립해 후손들에게 좋은 부모로 평가받는 새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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