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아프리카의 산양 종류인 스프링복(springbok)은 사슴 종류의 동물이다. 이 산양은 초식동물로 온순하고 풀을 뜯으며 무리로 생활한다. 하지만 풀이 없어지면 뒤따르던 양들이 풀을 차지하기 위해 다툼이 시작된다.

그러다가 한 마리가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달리면 모두가 앞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새로운 풀을 찾기 위해 무리 전체가 앞으로만 달리기 시작하다 보니 낭떠러지가 나타나도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조금만 달리다 멈춰도 새로운 풀을 얻을 수 있었는데, 멈추지 못하고 무작정 달린 탓이다.

우리 인간도 스프링복처럼 앞만 보고(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고)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다 보니 남을 해(害)하고 비인간적인 행동도 가시화된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다치게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더불어 사는 사회’라고 외치면서도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배려 없는 사회’에 일조하는 스프링복처럼 살아가고 있다.

세월호의 선장이 첫 번째 스프링복이라면,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슈퍼 갑(甲)이 두 번째 스프링복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는 우리가 세 번째와 그 다음의 스프링복일 것이며, 어쩌면 그러한 스프링복으로 가득 찬 사회가 현 사회가 아닐까 걱정스럽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N우유 대리점 사건에서부터 시작이다. 최근에는 항공사의 비행기가 회항하는 사건(2014년 12월), 청와대의 항명 사건(2015년 1월) 등 나열하기 벅찰 정도다. 일련의 사건을 살펴보면 무한 권력(?)을 가진 힘 있는 갑(?)이 이성과 논리도 없고, 정당성에 맞지 않는 힘을 함부로 행사하면 이제는 국민이 절대 간과하지 않는다는 약간의 희망이 보인다.

우리 사회는 갑(甲)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을(乙)만 있는 것도 아니다. 보완관계로 더불어 살아야 하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존재하며 서로가 서로를 인정할 때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이치는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부턴지 갑은 을을 부리며 호통치고 군림하며, 요구하고 강요하고 있다. 그것이 관행으로 굳어지고 비판 없이 흘러 왔고 봤으며, 들어 왔고 그렇게 해 왔다. 아프리카의 산양과 다를 바 없이 그냥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기만 했다.

사슴도 스프링복과 같이 초식동물이며 온순하기는 마찬가지다. 스프링복이 욕심을 냈다면 사슴은 덜 욕심을 내는 차이가 낭떠러지로 가지 않았다는 결과다. 사슴은 먹이를 발견하면 주변의 사슴을 위해 울음을 낸다. 사슴의 울음소리, 이것이 녹명(鹿鳴)이다.

초식동물로 살아가면서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슴과 같이 나누기 위해 녹명을 내는 것이다. 스프링복이 무조건으로 달린 결과로 낭떠러지로 가는 결과를 만들었다면, 사슴은 주변과 함께 나누면서 더불어 사는 생활을 유지해 왔다.

우리는 갑(甲)인가 을(乙)인가?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 갑일 때도 있을 것이고, 을일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갑의 자리만 고집하다 보니 N우유 대리점 사건(2013년 5월)과 경비원 분신 사건(2014년 10월), 항공기 회항, 경비원 폭행(2014년 1월) 등 알려진 것만 해도 너무 많다.

기록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삭막해지는 사회에 조금만 주변에 눈을 돌려도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살 수 있다.

 정부가 외치는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관심을 갖는 작은 실천운동이라도 있다면, 예산 증액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그 핵심은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경비원을 줄이는 예산 감축보다는 일자리를 나누는 사람의 소중함을 전하는 것이 우선이다.

감원할 수밖에 없는 구구절절한 사정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아야지 일방적인 해고 통보는 아닐 것이다.

일방적 해고, 평생 같이 한 직장에 배신감을 느끼게 만드는 해고가 만연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한 집안의 가장이며, 한 집안의 기둥일 텐데 ‘원가 절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고하는 이 사회에서, 사슴보다 못한 인간으로 오늘도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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