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과 교수

 대한항공 조현아의 행동이 보도되고 나서 비슷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 주변에 조현아와 비슷한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해석과 더불어 이들의 지나친 행동에 충동조절장애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충동조절장애인지 몰라도 이들에 대한 공통점은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지나친 요구를 했다는 것과 이로 인해 인격적으로 상대방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응대해야 하는 당사자는 지나치다고 생각했더라도 그들의 요구에 응하고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신을 무력하게 느끼고 슬프게 만든다.

 이런 비슷한 사건으로 요즈음 ‘슈퍼 갑질’이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슈퍼갑이라는 용어에 공감한다.

에리히 프롬은 권위에 복종해야 하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사도마조히즘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이는 권위에 복종하는 사람은 자신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이 속하고자 하는 권위에 예속하고자 하고 이를 통해 자주적으로 갈등과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권위에 의존해 쉽게 갈등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안정감과 만족을 얻는 것이다.

 이는 갑에 대한 설명보다는 갑의 권위가 너무 커서 갑에 의존하며 다시 갑의 행세를 할 수 있는 중간 갑이면서 동시에 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대상자에 해당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살면서 늘 갑의 입장에서만 살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사람은 모두 사디즘이나 마조히즘의 한 면만 가지는 것이 아니고 양면을 모두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학적인 사람은 누구에겐가 그리고 언제였던간에 피학적인 상황에 놓였던 사람인 것이다. 권위에 복종할 수밖에 없으면서 비정상적인 행동을 요구받았던 사람이 같은 상황에 놓이면 비정상적인 가학적인 행동을 요구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행동에 대한 사회심리적 행동용어이다.

사디즘 성격의 유형은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 약자, 여자, 어린이, 소수민족을 무자비하게 괴롭히면서 쾌감을 느낀다. 다수의 인간에게는 이런 심리가 잠재해 있고 또한 사회환경적 여건이 이런 유형을 더 많이 생산하게 한다.

 에리히 프롬은 이런 권위에 복종해야 하는 내면에 남는 것은 무력감이라고 했다. 우리는 모두 이런 기사를 보고 들으면서 간접적으로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동시에 아마도 슈퍼갑의 위치와 권위를 휘두를 수 있는 그 지위를 동경하게 될 것이다. 또다시 사도마조히즘을 부추기게 되는 것이다.

과도한 경쟁사회, 경제적인 곤란 등이 인간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하지 않고 서로를 상처내면서 우리 사회는 괴물들을 양산하고 있다. 빈부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범접할 수 없는 거대 자본과 권력이 결합하고, 이들에게 받은 불이익은 불이익을 받은 자들이 오히려 잘못한 것으로 결론지어진다.

 그나마 방송이나 인터넷에 제대로 된 소식이 전달돼 올바른 판단을 하게 만들고 여론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면  이는 행운이지만 대다수의 사건들은 이런 장도 허락하지 않는다.

사디즘, 마조히즘, 사도마조히즘, 충동조절장애는 현재 우리 사회가 만들고 있으며 이런 유형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은 너무 미미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조금이라도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소수인에 대한 배려가 있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임꺽정이나 로빈후드를 그리워하기 전에 자본과 권력이 있는 계급에서 배려하는 철학을 우선적으로 소지하고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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