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을 유지한 채 정리도 안 되고 진전도 없는 사이인 소꿉친구들이 소위 사랑을 하기 전의 감정인 ‘썸’ 단계로 발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오늘의 연애’는 좀 진부하지만 재밌다.

그래서인지 지난 14일 개봉된 이승기·문채원 주연의 영화 ‘오늘의 연애’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근소한 차이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과 하정우·하지원 주연의 ‘허삼관’을 제치고 예매율 1위에 올랐다.

여자들이 해 달라는 대로 다 해 주면서도 100일도 못 가 여자친구에게 차이는 초등학교 교사 준수(이승기 분)는 소꿉친구인 유명한 기상 캐스터인 현우(문채원)와 18년째 친구다.

배우 이승기는 현우를 업어 주고, 놀아 주고, 맞아 주기까지 하는 답답남 ‘준수’역을 안정적인 연기로 소화했다. 문채원도 기존의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나 거침 없는 입담과 다양한 끼를 통해 통통 튀는 매력을 이번 영화에서 선보인다. 마치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진상녀’ 전지현을 보는 듯하다.

어느 날 준수와 현우는 술자리에서 키스를 하고 우정도 아닌 사랑도 아닌 묘한 관계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예와 사랑은 더디고 어렵기만 하다.

여기서 이 영화는 준수와 현우를 통해 ‘연애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사랑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의 메가폰을 잡았던 박진표 감독은 로맨스영화 ‘오늘의 연애’ 시사회를 통해 “요즘 남녀관계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단어가 ‘썸’이다. 가벼운 만남을 상징하는 ‘썸’에 대해 종지부를 찍고, 조금 더 깊이 있는 사랑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과 공감을 나누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박 감독은 가장 현실적인 소재 ‘썸’을 내세워 웃음을 자극하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담으려는 진지한 감독의 의도는 2001년 개봉해 히트를 친 ‘엽기적인 그녀’를 연상케 한다.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 현우가 준수에게 ‘여자를 사로잡는 필살기’를 알려 준다. “여자를 사로잡으려면 말이야, 딱 두 가지야. 벽으로 밀어붙이든가, 아니면 끝까지 지켜주든가.”

그 질문에 대한 감독의 답과 이 영화의 주제는 바로 이거다. “진짜 사랑은 첫눈에 반하는 운명적인 사랑보다는 끝까지 지켜주는 사랑이다.”
121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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